확인·분석보다 예단·흥분

북핵보도 "햇볕정책 포기" 강경일변도…조중동 특히 심해

분노가 먼저인가 대화가 먼저인가. 북한의 핵개발 계획과 관련 언론 보도가 미 국무부 발표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과 분석보다 정부의 햇볕정책 폐지와 강경대응 주문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미 국무부 발표 이후 미국과 한국 정부가 원칙적으로 “평화적 해결” 방침을 밝힌 데 반해 일부 언론은 더 흥분된 보도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한미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북한이 94년 이후에도 농축우라늄을 사용한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다는 것 외에 북한의 핵개발 계획이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에 와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은 사실확인 노력보다는 북한의 핵개발 의도와 개발단계를 추측하는데 품을 들였다. 관련기사를 통해 농축우라늄 핵폭탄 생산방식과 성능을 진단하고 핵시설 위치 등을 추정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1990년대 중반 플루토늄을 이용해 핵무기 1~2개를 제조했다는 게 미 정보기관의 분석”이라는,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흘러나왔던 관측을 되풀이하거나 “북한이 새로운 핵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90년대말 이후는 현 정권의 출범 이후와 일치하는 기간”이라는 해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언론의 흥분된 보도태도는 사설에서도 드러났다. ‘이렇게 당하고도 북핵 낙관론인가’ ‘핵공조냐 햇볕이냐 선택해야’ ‘제네바 파기 대가 치르게 해야’(조선일보) ‘분노도 표시 못하는 햇볕정부’ ‘북핵, 한-미 시각차 심각하다’(동아일보) ‘뒤통수 맞은 햇볕정책’ ‘북핵과 경협 공존 안된다’(중앙일보) 등의 사설은 북한의 핵개발과 한국정부의 대응 방침에 대한 비판으로 모아졌다. 미국도 핵개발 우선 포기를 주장하는 등 강경방침을 세운 마당에 정부의 남북대화 고수 방침은 안이한 상황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강경주문은 애초 관측과 달리 미국이 북한에 대한 중유지원 중단 조치에 신중을 기하고 있고, 조시 W 부시 미 대통령도 지난 22일 “우방과 협력해 평화적으로 이 위협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면서 “언론이 너무 앞서갔다”는 지적을 사게 됐다.

제네바 합의와 관련 북한이 미국의 핵 위협을 비난하며 지속적으로 핵개발 중단 거부 의사를 표명해왔다는 점에서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의 핵개발을 종결시키기위해서는 미국의 대북체제 안정보장, 정치경제적 관계 정상화 등이 전제조건이었으나 미국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도왔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단선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양문석 언론노조 민실위 정책연구실장은 “특히 조선 동아 중앙의 경우 남북문제가 터지기만 하면 모든 주장을 햇볕정책 폐지로 귀결시키고 있다”면서 “북 핵개발 파문의 경우에도 한국 미국 일본 정부보다 더 흥분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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