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의 언론 관련 발언에 대한 진위 여부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폭로한 이인제 후보측의 정보 입수 경위를 놓고 언론과 정치권 유착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인제 후보는 입수 경위와 관련 “2001년 8월 1일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한 기자가 처음 자신에게 제보했다”고 말했다. 김윤수 특보는 지난 4일 폭로 직후 “모 언론사 간부를 통해 입수했고, 참석자들에게 직접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거나 자료가 언론계에서 나온 것이라면, 기자나 언론사 간부가 정작 자사에서는 보도하지 않은 사안을 외부에 흘려 의도적으로 정치권 공방의 ‘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신문윤리 실천요강은 ‘정보의 부당이용 금지’ 조항에서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본인, 친인척 또는 기타 지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거나 다른 개인이나 기관에 넘겨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사안이 발생했을 때 언론사에서 자체 조사와 징계를 통해 ‘정언 커넥션’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선거 때마다 ‘정치부 기자’인지, ‘정치기자’인지 선택해야 할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 행여 기자들이 정치권의 정보원 노릇을 하는 사례는 더이상 되풀이돼서는 안될 일”이라고 우려했다. 김영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이인제 후보측에서 폭로한 내용을 자사에서 보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나 데스크가 건네준 것이라면 정치권에 반대급부를 노리고 전달했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이는 기자품위, 기자윤리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언론과 정치권이 유착의 도마에 오른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97년 대선 때 중앙일보에서 ‘이회창 경선전략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문건이 외부에 공개돼 파문이 일었으며 99년에는 당시 문일현 중앙일보 기자가 언론대책문건을 작성하고 이 내용을 이도준 평화방송 기자가 정치인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 또 2000년 12월, 2001년 2월에는 적대적 집필진의 비리 축적, 우호 언론그룹 조직화 등이 거론된 한나라당 ‘대권문건’, 10개 신문을 반여 중립 친여로 분류한 여권의 ‘최근 언론논조 분석’ 문건 등이 잇따라 공개됐다. 이같은 문건은 언론과 정치권관계가 여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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