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우주전'에 도전한다

전북일보 체육부 차장





○…프로끼리는 알 수 있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어떤 일의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경리관님 저 백기잔데요. 왜 그랬어요?” “어 백기자. 또 뭐.”

“모르는 척 하지 마시고 왜 그랬어요? 시간 없어요.” “뭘 말하는지 모르겠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을게요. 오늘 낮에 입찰 왜 그렇게 했어요?” “어 그거. 예산절감.”

난해하고 은밀한 관급공사 입찰을 놓고 부정과 비리가 난무하고 있다고 일반인(기자)들은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경제부 건설출입 3년 동안 산전수전은 물론 수중전 공중전 지하전까지 겪으면서 도내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경리관과 위와 같은 짤막한 대화가 가능했다.

○…어느 데스크의 말처럼 의혹과 특혜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건설분야에 특화되고 전문화된 이후에도 입찰공고의 구석구석에 숨겨진 뜻을 전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 일어나는 의혹과 특혜를 ‘제보받고 인지해’ 아는 대로 제기할 뿐이었고 거기에 뒤따랐던 사법기관의 수사는 기사에서 보도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하기야 ‘받았을 만한 사람이 극구 안받았다 하고, 줬을 만한 사람이 안 줬다고 우기니’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팩트’를 밝혀낼 수 있을까. 그렇다고 연간 몇 천 건씩 쏟아지는 관급공사 입찰공고가 모두 문제가 있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 몇 달에 한 건 정도가 문제를 일으켜 업계를 들끓게 했던 것이다.

○…지난 3월 체육부로 자리를 옮겼음에도 전 출입처였던 건설분야의 단편을 소개한 것은 스포츠에서 전문화되겠다는 각오 때문이다.

월드컵이 눈 앞이고 부산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행사가 있거니와 전북 도내에는 프로축구와 프로농구가 있다. 또 갈수록 사람들이 건강과 레저와 스포츠에 관심이 높아져 체육면과 레저면의 중요성이 커졌다.

지난 2000년에 1년여간 체육부를 뛰어본 경험에 비춰볼 때 스포츠 취재 현장에서 폭넓고 깊은 이해와 사전 지식이 필요한 걸 절감하고 있다. 왕성한 취재력은 기본이다.

어느 선배의 “스포츠는 단순하게 보이는 대로 쓰면 된다”는 말은 해당 종목과 경기, 선수와 지도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때 가능하다.

○…인기종목과 비인기종목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월드컵에서 한국인 첫 골은 누가 기록했는지 등이 산전수전에 해당하는 질문일 것이다.

플러레에페 사브르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요트경기는 어떻게 점수를 매기는지, 스켈레톤이란 종목은 무엇인지 등이 수중 공중 지하전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평소 추구했던 우주전(宇宙戰)의 실체는 무엇일까. 체육기자로서 ‘프로’로 인정받아 재미있게 기사를 쓰기 위한 바탕 지식을 갖출 때까지, 그래서 핵심사항만 짧게 인터뷰해도 충분할 때까지, ‘우주전은 바로 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13년차 경력에 걸맞게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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