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지는 '신문의 꽃'부활을 꿈꾼다

한국 시사만화의 현주소<상>


   
 
한국 시사만화가 신음하고 있다.
1909년 태동해 일제강점기, 군부독재 시대를 거치는 동안 날카로운 풍자와 조롱, 저항정신으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던 시사만화가 신문지면에서 사라지고 있다.

일부 중앙언론사들이 만평 코너를 폐지했고 부산일보 등 유력 지방신문도 만평을 싣지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시사만화 홀대 현상은 2000년 초부터 가시화됐다. 2004년에는 문화일보와 세계일보가 신문의 얼굴인 1컷 만평을 내렸다.

양사 모두 이재용, 조민성 화백이 사측과의 갈등으로 인해 퇴사한 후 현재까지 후임 물색을 미루고 있다. 동아일보도 2002년 ‘동아희평’을 담당하던 손문상 화백이 떠나면서 만평의 명맥이 끊겼다.

중앙지의 경우 4컷 만화의 몰락은 이미 추세다. 지난 1999년 조선일보 안중규의 ‘미스터 삐삐’ 중단에 이어 중앙일보 역시 2002년 정운경의 ‘왈순아지매’가 마지막이었다.

한겨레 김을호의 ‘미주알’도 2004년 12월 뒷모습을 보였다. 이로서 4컷 만화를 선보이고 있는 언론은 경향 서울 매경 등 3곳에 불과하다.

지방지의 경우 열악한 재정 탓에 상황이 좀더 심각하다. 지방일간지 69개 중 36개사(52.2%)가 1컷과 4컷을 하나도 싣지 않고 있다.

특히 충북일보 충청일보 중부매일 동양일보 새충청일보 등 충북지역 신문에서는 시사만화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신생지의 경우 이 현상은 두드러졌다.

최근에는 만평 코너를 폐지하는 지방신문사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광주지역 일간지인 무등일보 장승태 화백의 만평코너가 논조 문제 등을 이유로 없어졌고, 부산일보의 경우도 지난해 4월 손문상 화백이 퇴사한 이래로 만평이 종적을 감췄다.

부산일보 장지태 편집국장은 “많은 언론사들이 시사만화를 싣지않고 있는 걸로 안다”며 “예전만큼 만평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신문의 꽃’이라 불리던 시사만화의 저항적 가치가 매몰되고 있는 형편이다.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된다’는 일부의 인식도 있다.

반면 시사만화가에 대한 대우가 가장 좋다고 평가되고 있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런 의견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비주얼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 신문의 특성상 만평은 언론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진단이다.

조선일보 김창기 편집국장은 “외국 신문의 경우 만평이 지속적으로 실리고 있다”며 “촌철살인으로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는 만평의 독특한 비평기능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교준 편집국장도 “만평은 한번 보고 짧은 시간에 웃음 주는 등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며 “좁은 지면에서 그렇게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장르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 만평은 현재 김상택 화백의 병가로, 동아일보 4컷 만평은 이홍우 화백의 총선 출마로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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