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인식변화·과감한 투자 시급하다"

만평 하루 1컷 생산 한국이 유일…선진국 1주 2~3컷
시사만화 공모제 등 통해 언론사 지면 개방 시도 필요

/ 기획특집 - 시사만화 개선점 뭔가 /

촌철살인 시사만화를 다시 부흥시킬 방법은 없을까?



   
  ▲ 김경수(내일신문) 화백의 [퇴임 즈음에]. 출자총액제, 금산분리법 등 대기업 규제법이 쓰레기통을 들어갈 처지다. 노무현 대통령으로선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다.  
최근 시사만화가 일부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인들은 대개 만평을 지면대비 효율성이 탁월한 필수적인 언론요소로 평가하고 있다.

비평 기능을 담당하는 사설·칼럼 등에 비해 메시지 전달효과가 뛰어나고 딱딱한 지면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잘 그린 만평 하나 열 기사 안 부럽다”는 말도 있다.

문제는 현재의 작업환경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확 잡아끌’ 화제작·문제작을 생산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만평도 모자라 삽화, 일러스트까지 담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고작 하루 한 컷의 그림을 그린다”는 잘못된 인식 탓에 “삽화 한 장만 그려 달라”는 당연한(?) 요청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하루 1컷의 만평을 생산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외국의 경우 양질의 작품 확보를 위해 1주일에 2~3컷을 그린다.

박재동 화백은 “하루 1컷의 만평을 그려내는 일조차 내게는 힘겨운 중노동이었다”며 “오죽하면 ‘정신 노가다’라고 했겠느냐”고 털어놨다.

이런 한국적 상황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매일 이슈를 좇아 ‘마감’에 시달리다보니 ‘독창적인’ 만평 생산이 힘들다. 루틴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정치 환경의 변화, 인터넷 등장 등으로 독자들의 요구수준은 높아졌지만 비슷한 주제의 만평이 양산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설인호 화백은 “과거와 같이 시사만화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화제작과 문제작의 지속적인 생산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 김용민(경향신문) 화백의 [불바다 물바다].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시절 개방했던 숭례문이 불탔다. 국보 1호 문화재가 소실된 것이다. 그런데, 대운하로 갈아 엎을(?) 강토의 문화재들은 안전할까?  

외국의 경우 양질의 시사만화를 위해 정치만평, 사회만평, 스포츠만평 등으로 분화, 한 신문에 시사만화가 4~10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언론사와 언론인들의 인식변화와 투자가 요구되는 이유다.

여기에 시사 만화가들을 위한 언론재단 등의 지원책도 부실하다. 언론사에서 재교육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시사 만화가들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실제로 실력 향상을 위해 자비로 교육을 받는 경우도 있다.

언론학자 중 시사만화 전문가가 일천하다 보니, 지원책 마련이 요원한 측면도 있다. 시사만화계에선 시사만화가들이 최고의 전문가다.

이에 따라 시사만화가들을 위한 대책 마련, 시사만화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새롭게 등장한 젊은 작가들의 무리인 3.5~4세대의 돌파구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3.5세대, 4세대 작가란 30대 중반 이하의 신진 작가들을 말한다.

권범철(노컷뉴스) 화백 등 발군의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젊은 작가군이지만, 언론사에 전속으로 채용되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시사만화가 지망생이 줄고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돌파구가 없다보니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사만화가 지망생은 “지속적으로 시사만화를 그리고 있지만 마땅히 작품을 실을만한 곳이 없다”며 “시사만화를 지속할지 고민스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일각에선 ‘시사만화 공모제’도 거론되고 있다. 언론사가 지면을 개방, 작품 공모를 정례화해 1주일에 2번 정도 주요 지면에 싣는 형식이다.

뛰어난 기량의 시사만화의 사장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디케이트 제도와 함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시행만 된다면 다양한 시사만화를 게재, 의외의 효과와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 또 역량 있는 시사만화가 발굴, 전속으로 채용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언론사의 시사만화가 채용난에도 도움이 될 거란 지적도 있다.

실제 동아일보 임채청 편집국장은 “마땅한 시사만화가가 있는지 물색 중”이라고 했고 조선일보 김창기 편집국장은 “실력 있는 시사 만화가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안다”고 말했다.

전국시사만화협회 김용민(경향신문) 회장은 “시사만화가 위기라고 하지만 시사만화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언론사들의 노력도 부족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내년 시사만화 100주년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시사만화 속 천태만상, 역사의 자화상”




시사만화의 묘미는 촌철살인 속에 담긴 풍자와 유머다. 시사만화 한편에 담긴 천태만상은 국민들에게 웃음을, 때로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시사만화가 우리 역사의 자화상으로 불리는 이유다. 본보는 전국시사만화협회와 조선일보의 동의를 얻어 최근 이슈를 중심으로 만평을 선별했다.





   
 
  ▲ 권범철(노컷뉴스) 화백의 [코드 인사]. 5년전 노무현 정부의 인사를 코드인사라고 비난했던 언론들이 5년 후엔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같아진 것은 아니냐는 풍자가 우스꽝스럽다.  
 




   
 
  배계규(한국일보) 화백의 ‘장어 꼬리’. 기세등등한 용인줄 알았던 인수위가 알고보니 장어꼬리였다는…. 장어 향응으로 용에서 장어로.  
 




   
 
  ▲ 백무현(서울신문) 화백의 [전봇대].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뽑혔다는 전봇대가 어느 신문의 머릿기사로 오른 적이 있다. 그런데 뽑혔다는 전봇대만 전봇대인 것일까?  
 




   
 
  ▲ 서민호(국민일보) 화백의 [줄 좀 서주세요]. 한나라당 공천자가 사상 최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울상이다. “줄 좀 서주세요”. 말 그대로 같은 말 다른 느낌.  
 




   
 
  ▲ 신경무(조선일보) 화백의 [교수 반 사람 반]. 여의도에서 교수님을 외쳤더니. 수많은 교수님들이 뒤를 돌아본다. 폴리페서의 범람, 한국의 실정이다.  
 




   
 
  ▲ 장봉군(한겨레) 화백의 [오린지 사세요].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오렌지 아니죠. 아린지 맞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시장 상인들이 외치는 '오린지 사세요'라는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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