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와 형식의 파괴로 시사만화도 새 장르 열어야"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화백 인터뷰

1988년 한겨레 창간 이후 한국 시사만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박재동 화백. 그는 현재 시사만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박 화백은 먼저 “시사만화의 수준이 과거보다 상당히 높아졌다”며 “후배들의 그림을 보면 감탄할 때가 많다”고 평가했다. 그가 볼 때도 한국 시사만화의 수준이 점차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화백은 “이를 바탕으로 시사만화도 변화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매체의 변화에 따라 체질 개선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일례로 현재 신문지면에 등장하고 있는 1컷 만평과 4단 만평의 포맷은 일제 시대부터 현재까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만평 크기와 형식의 파괴를 통해 다양한 만평을 생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의 만평 형식은 1백년이 넘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화백은 “작가가 잘 할 수 있는 새로운 크기와 형식을 찾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신문사가 이를 수용하고 시사만화가들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일간지 ‘뉴요커’의 케이스가 거론되기도 했다. 뉴요커의 경우 정치 풍자, 사회 풍자, 스포츠 풍자, 연예 풍자 등 다양한 형태의 시사만화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전속 작가만 20여명. 이들이 그려낸 작품 중 당일 가장 뛰어난 작품을 골라 신문에 게재한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양질의 작품이 대거 생산된다.

박 화백은 “한국도 재정의 문제가 있겠지만 여러 형태의 시사만화를 도입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작가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경향신문 신인상 시사만화 부문의 심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실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신문사가 작품을 자유롭게 모집해서 시사만화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 화백은 최근 문화·세계일보 등이 만평 코너를 폐지한 것에 대해 “시사만화가로서 서운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후배들이 과거보다 양질의 작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정도 안쓰럽기만 하다.

그래서 내년 시사만화 100주년을 계기로 진보·보수 시사만화가들의 화합, 시사만화의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박 화백은 “나는 여건이 좋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사만화가로 일했다”며 “후배들도 신명나게 일하고 새로운 시사만화의 역사를 써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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