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모두 성유보가 되겠습니다"

성유보 전 동아투위 위원장 마석 모란공원 영면

“성유보 선생님의 웃음 띤 얼굴이 많이 그리울 것입니다. 성유보 선생님의 단호한 목소리가 많이 듣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참겠습니다. 부디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이제 편히 쉬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이제 우리 모두 성유보가 되겠습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언론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성유보 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의 장례가 11일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졌다. 함세웅 신부,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등 장례위원장과 동아투위와 조선투위 등 언론 단체를 비롯한 각계 시민사회 단체는 서울광장, 한겨레 사옥, 동아일보 옛 사옥에서 진행된 노제와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고인을 배웅했다. 

 

▲성유보 전 동아투위 위원장의 장례가 치러진 11일 고인이 편집위원장을 지냈던 한겨레신문사에서 노제가 열렸다.

이날 고인의 운구행렬은 오전 7시 빈소인 세브란스병원을 떠나 그가 초대 편집위원장, 논설위원 등을 지낸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으로 향했다. 김이택 편집국장과 성한표 사우회 회장, 박종찬 노조위원장 등 한겨레 임직원들은 운구차 앞에서 노제를 치르며 고인이 영원한 안식을 취할 수 있기를 빌었다.

 

성 전 위원장과 함께 한겨레에서 초대 정치부장으로 일한 성한표 사우회 회장은 “형은 모든 외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사실에만 충실하면 못 쓸 것이 없다고 기자들을 격려했던, 내가 믿고 기댈 수 있는 큰 언덕이었다”며 “신문을 만들 수 있을 때는 누구보다 철저한 전문 언론인이었고 신문사를 떠났을 때는 신문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운동에 몸 바쳤다. 형의 이런 자세와 철저한 자기관리는 후배들과 동료들에게 큰 귀감이 됐다”고 전했다.

 

추모사와 한겨레 임직원의 헌화가 끝난 뒤에는 유가족이 고인의 영정을 모시고 한겨레 7층 편집국을 둘러 봤다. 편집국장실을 비롯해 편집국 이곳저곳을 둘러본 유가족과 조문객들은 고인이 한겨레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봤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묵념이 끝난 후 운구행렬은 ‘민주·통일 이룰태림 참 언론인 고 성유보 선생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지는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는 '민주·통일 이룰태림 참 언론인 고 성유보 선생 민주사회장'이 치러졌다.

묵념으로 시작된 영결식은 전날 뉴스타파에서 방송된 성 전 위원장의 추모방송으로 시작하며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되짚었다. 이어진 추모사에서는 함세웅 신부, 김종철 이사장, 정영무 한겨레 사장,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권오훈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 등이 고인의 생전 모습을 추억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김종철 이사장은 “소리 없이 타오르던 당신의 자유언론 실천의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바치던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온전히 이어받겠다”며 “당신은 근자에 진실을 보도하지 못한 채 포로수용소 같은 상황에서 일하는 언론계 후배들을 생각했다. 유신독재 시절 동아투위 위원들의 아픔을 되새기며, 현역 언론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앞으로 있을 과감한 싸움에 동참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항상 온화하고 조용했던 전사 성유보 동지여, 당신의 거룩한 희생이 겨레의 역사 속에서 찬란한 빛을 뿜을 수 있을 것”이라며 “평안한 세상에서 영면하시라”고 추모했다.

 

고인과 민주언론운동협의회 등 언론운동을 함께했던 최민희 의원은 “당신은 맘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았지만 원칙을 지킬 때는 누구보다 단호한 분이었다”고 그의 생전 모습을 추억하며 “고인의 죽음이 우리 모두에게 정의의 초대장이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정영무 사장도 “자유언론의 기틀을 다지셨던 성 선배의 혜안과 뚝심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겨레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 후배들 믿고 편히 쉬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500여명의 조문객은 서울광장에서 동아일보 옛 사옥 앞까지 추모 행진을 했다.

혜인 스님의 넋풀이 후 이소선합창단의 추모 노래를 들으며 헌화를 마친 조문객 500여명은 만장과 영정, 운구차를 앞세우고 동아일보 사옥까지 추모 행진을 했다. 추모 행렬은 프레스센터 앞과 동아일보 옛 사옥이 가까워질 즈음 “동아일보는 언론인 대량학살을 사죄하라” “선생님 뜻 이어받아 언론자유 쟁취하자”는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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