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를 살리는 길

일간스포츠 노동조합이 회사측의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며 지난 23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 16일 편집국 기자 69명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23명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회사측은 노조와의 협상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느닷없이, 그것도 문자메시지라는 치졸한 방법으로 기자들의 밥줄을 끊고 말았다.



기자들은 회사의 경영 악화로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 4일까지 여섯 달 동안이나 월급 한 푼 받지 못했지만 일간스포츠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희생해왔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일방적인 해고통보였다.



특히 여기자 6명이 모두 정리해고 대상이 된 점은 원칙도 없는 막무가내식 조처였음을 회사측이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회사측은 정리해고 기준으로 배우자의 직업 유무와 부양가족 수의 배점을 무려 20%씩 배정해 원천적으로 여기자들에게 불리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특종상을 2번이나 탄 여기자도 정리해고 대상이 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인권을 지키고 남녀평등 실현에 매진해야 할 언론이 인권 침해와 성차별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여기자들은 지난해 여기자들만 따로 '여성면'을 제작하라는 주문에 따라 군소리 없이 '과외 업무'까지 했다. 회사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희생정신이었다. 하지만 회사측은 전원 정리해고로 '은혜'에 보답했다. 여기자협회가 성명서을 내어 회사측을 강하게 질타하고, 당사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적절한 대응이다.



회사측의 조처는 엄연히 남녀고용평등법에 어긋난다. 남녀고용평등법 11조는 '회사의 조치가 특정 성에 불리한 경우 성차별로 본다'고 분명히 나와 있다. IMF 구제금융사태 당시 금융권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부부사원 가운데 유독 여성만을 해고한 데 대해 대법원이 부당 해고라는 판결을 내린 판례도 있다.



따지고 보면 일간스포츠의 경영부실은 몇 년 전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2003년 56억원, 2004년 1백42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만큼 경영이 부실했다. 특히 2003년부터 무료신문의 영향으로 가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경영진은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경영진이 경영 개선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임금을 삭감하고, 사람을 자르는 명분찾기에만 골몰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노조는 이런 회사측에 대해 △정리해고 철회 △비상경영위원회 구성 △경영책임자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정리해고를 일방적으로 밀어 부쳤다. 회사측의 이런 무리수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인수설이 나도는 특정 언론사에 좋은 조건으로 팔아 넘기려는 사전정지작업이라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이 언론사는 노조측의 질의에 묵묵부답이다.



회사측은 이제라도 군살 빼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선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노조와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부실 경영을 책임져야 할 경영진 등 회사 간부들부터 스스로 명예퇴직이나 임금 삭금같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36년 유구한 역사의 일간스포츠를 살리기 위해서 말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