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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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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법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 쪽에서는 신문법이 사악(邪惡)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 주장이 오히려 사악하다고 반격한다. 조선일보가 6월 9일 신문법 주요 조항들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하고, 그 내용을 3면에 걸쳐 소개했다.
동아일보도 위헌소송을 한 바 있다. WAN 서울 총회에서도 신문법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WAN 회장 개빈 오렐리가 개막 연설에서, 한국이 법으로 신문 점유율과 독자의 신문 선택권을 제한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지적은 틀린 것이다. 신문법은 단지,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을 신문에 대해서는 더 엄격하게 규정했을 뿐이다. 상위 3개사 점유율 기준이 일반 상품은 75%이지만, 신문에서는 60%이다.
세계 신문인들에게 어떻게 이처럼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법을 잘 아는 사람도 신문법 내용을 오해하고 있는 것을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6월 7일 조선일보 칼럼 ‘한국의 신문법과 야구’는 신문법이 우승 비율이 높은 야구팀의 출전을 규제하거나, 관중이 많은 프로 야구를 중단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 칼럼의 필자는 변호사다. 의도적 오보 혹은 왜곡 보도가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겨레는 6월 14일 ‘신문법, 누가 왜 흔드나’는 제목으로 양면에 걸쳐 해설과 칼럼으로 조선일보의 위헌소송을 비롯한 신문법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는 기획을 실었다. 내가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사회적 에너지를 투자할 실체가 신문법에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문법(정간법) 개정에 대한 기대는 컸었다. 한국 신문 시장은 민주주의 사회가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조중동 3사에 의해 과점되어 있다. 서구와는 달리 기자직의 전문직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한국에서 언론사 내적 자유가 자유로운 여론형성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시장 내외적 조건으로 인해 신문 산업은 급격하게 쇄락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법으로 단숨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법 개정을 통해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랐다.
그러나 신문법에 이러한 장기적 기획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은 특수일간지를 포함해, 적용 받을 신문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편집위원회 규정도 권고에 그쳤다.
신문 진흥을 위한 신문발전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획도 신문법에는 들어 있지 않다. 지원을 통해 신문 진흥과 시장 구조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구체적 안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거의 유일하게 신문유통원에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다. 그것도 역설적으로 신문법에 ‘유통원 설립’과 ‘국가 지원 가능성’만을 규정했기에 가져볼 수 있는 희망이다.
그러나 유통원이 실제 신문에 도움을 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하나, 시장 투명성을 위한 경영 실적 신고가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법이 정한 1년의 ‘유예기간’ 후에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실현될 경우 작은 신문들에게 더 큰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시행령을 통해 법의 문제를 보완하길 기대하고 있지만, 시행령이 새로운 입법이 되는 것을 헌법은 금지하고 있다. 영국에서와 같이 청서-위원회-백서의 과정을 통한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 거친 입법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디어위원회’를 통한 논의 과정이 필수적이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사악(邪惡)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지능이 필요하다.
내가 보기에 신문법은 사악하기 보다는 우둔하다. 이런 법을 놓고 공방을 벌이기보다는 전면적인 법 개정에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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