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평양에서 열리는 민족통일대축전(6.14~17일)을 계기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남북한 언론교류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같은 분단국가로서 독일 통일과정에서 언론이 수행했던 비중을 뒤돌아 볼 때 향후 남북통일은 물론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언론이 담당해야 할 의무와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독일 통일과정을 지켜보며 남북한 언론교류 필요성이 제기된 뒤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615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2개월만에 남한 언론사 사장단이 방북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인해 남북언론교류는 원점 아닌 원점으로 되돌아가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오히려 국정감사장에서도 수 차례 지적됐듯이 개별 언론사들이 북측에 지나친 ' 물량공세'를 퍼부으면서 눈앞의 성과에만 급급해 한 나머지 오히려 남북 언론교류는 거꾸로 역행했다는 평가다.
반세기만에 한반도를 잇는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마당에 남북한 주민 사이에 관념적 분단선으로 남아 있는 이념차이를 극복하는 데 언론 보다 효과적이고 위력적인 매체는 없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돼 이미 한계수위를 넘어선 남북한의 이질 문화를 복원하는 데 있어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은 물론 추진체 역할도 언론이 담당해야 할 상황인 만큼 이제 남북한 언론교류는 단순한 직종교류 차원을 넘어 시대적 요구로 자리매김 돼 왔다.
우선 통일의 긴 노정에서 예상되는 시행착오와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공감영역의 확대가 긴요하며 이 일의 큰 몫은 남북 언론이 맡아야 한다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와 같이 대결구도 차원에서 서로를 흠집내고 악의적으로 왜곡하기 일쑤였던 고정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파트너가 되려면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
그래서 5년 가까이 침체에 빠져 있던 남북한 언론교류가 615공동선언 5주년을 즈음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데 대해 많은 기대감이 형성되지만 다소 더디더라도 이번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선은 북측이 남측보다 먼저 언론분과위원장을 비롯 실무진 구성을 마친 점을 주목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게걸음'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측에 적극적인 분발을 촉구하는 바이다.
무엇보다 남북한 언론교류가 일회성 이벤트사업에 그치지 않으려면 언론 교류의 실질적인 창구역할을 담당할 상설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언론사 사장단은 2000년 8월 방북시 "남북 언론기관들의 접촉은, 남측에서는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를 비롯한 주요 언론단체들의 대표가 참여하는 `남북언론교류협력위원회'가, 북측에서는 '조선기자동맹중앙위원회'가 맡아 하기로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일부에서 지적된 것처럼 특정 단체나 대표의 개인적 감정이나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모처럼 찾아온 기회마저 뒤로 미뤄질 경우 언론 자체적으로는 물론 남북한 교류와 협력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뤄볼 때 이번 주 개최될 예정인 남측 언론위원회 결성에 언론계 안팎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남북의 언론단체들이 손을 맞잡고 허심탄회하게 상대방을 말하고, 서로를 이야기하고 미래를 논의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대해 본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