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회 한국기자상 수상소감/[취재보도] 한계레 김규원, 안창현
진상 명백히 드러나지 않아 아쉬워, 고급옷 로비 사건
김규원 한겨레 민권사회1부
같은 기사를 가지고 몇 차례 상을 받다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이달의 기자상’을 받을 때도 밝혔지만, ‘고급옷 로비사건’은 나나 안창현씨 두 사람이 만든 기사가 아니다. 말 그대로 팀워크로 이뤄낸 일이었고, 이 취재에 참여했던 모든 동료들과 이 영광을 나누겠다.
‘고급옷 로비 사건’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문제만 터뜨리고 해결을 보지 못한 것 같아서 송구하다. <한겨레> 보도 전후로 사직동팀, 검찰, 국회 청문회, 특검, 대검에서 조사를 벌였으나, 아직도 모든 사실과 정황들이 명백해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처음에 좀더 치밀하고 종합적으로 취재하지 못한 죄가 크다는 생각이다.
둘째로 이 사건 취재와 보도는 기자로서 큰 배움이었다. 이 사건 취재의 핵심은 당사자들이 섞어서 말한 거짓과 참을 구분해내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각자의 말을 비교하고 짜맞춰 보고 다시 확인하는 일이 이어졌고, 그것은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나는 기자의 역할과 한계, 취재보도의 태도와 방법을 다시 배웠다.
이 사건 뒤 나는 동료들과 함께 ‘김옥두 국민회의 총재 비서실장 부인 로비성 보험의혹’을 보도했고, 그 일로 현재 대전지검에 불구속기소된 상태다. 기자가 시민의 알권리를 위한 취재과정에서 공인들의 신용정보를 사용한 일이 처벌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재판을 받아야 한다. 즐겁지는 않으나, 의미있는 일로 생각한다.
나는 지금 종로경찰서 출입기자로서 ‘총선시민연대’가 주도하는 시민선거혁명을 취재중이다. 이 일에 매달린 지가 1달이 넘었는데, 그동안 별로 여유를 갖지 못했다. 지친 기자실의 동료들이 상받으면 술 한잔 하자고 성화다. 나도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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