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가 가벼워진 탓인가. 예전보다 오탈자가 많아졌다. ‘바로 잡습니다’ ‘정정 합니다’ 코너가 붐빈다. 반론문 게재도 부쩍 늘었다.
그만큼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충분한 사전 취재가 부족했고 성급하게 기사작성을 했다는 증거다. 최근 기자협회보 조사에 따르면 가판 폐지 이후 중앙지들의 틀린 글자나 잘못된 표기가 훨씬 더 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각 신문사 편집국마다 오탈자 예방 비상이 걸렸다.
가판의 순기능 중 하나가 지면을 재점검할 수 있는 안전판역할인데 이젠 신문사마다 가판을 폐지하니 신문 품질의 하자를 재빨리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상황 뒤에는 바로 어문교열기능의 축소라는 근본적 원인이 있다. 본란은 신문사마다 기구 축소위주로 번지고 있는 어문연구 교정교열 기능약화를 심히 우려하는 바이다.
어문 교열의 기능 축소는 곧 신문 기사의 신뢰성 위기로 이어진다. 신문사별 어문교열 연구조직은 1997년 외환위기에 따른 신문사 긴축경영 시기를 기점으로 축소위주로 재편되었다.
지방 신문사중에는 아예 어문교열 부서가 없어진 곳도 많다. 취재 기자와 편집기자들이 바쁜 시간 중에 번갈아 가며 교열업무를 맡는다고 한다. 온통 경영상의 이유로 이 지경이니 경비절감만을 외치는 신문제작 과정 속에 오탈자 사고는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교열전문가의 부족으로 신문의 심야 판갈이 과정에서 기사 교정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오탈자나 불명확한 표현이 중간 교정작업을 거치지 못하고 그대로 배달판에 실리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아침 독자는 오탈자라는 신문 제품의 결함을 사소한 일로 봐줄 것인가. 신뢰성의 위기는 이렇게 축적되고 있다.
그 와중에서 중앙 신문사마저 어문조직을 아웃소싱 형태로 전환시키고 있다. 또한 대다수 신문사들은 정식 교열기자의 전문적 육성을 외면하면서 계약직 형태로 교열담당자를 충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예로 중앙 종합지로서 정식 교열기자 숫자가 두서너 명에 지나지 않는 곳이 많다.
편집국내 교열부에서 교열팀으로 축소되고 그마저 외주팀으로 전환되는 추세이니 그 구성원들의 사기와 근로의욕은 불보 듯 명확하다. 편집국 구성원들은 교열기능의 약화가 신문 신뢰성의 저하로 이어질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속수무책인 형편이다.
인터넷에서 정보가 쏟아지고 다매체시대 뉴스가 전광석화의 속도로 횡행한다 해도 글이 제대로 서있지 못하면 모든 진실이 흔들린다. 신문 속 말과 글이 오롯이 똑바르지 못하면 나라의 말글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한번 경박해지기 시작한 언어는 정신마저 척박하게 만든다. 그래서 신문의 길은 정통 저널리즘의 길일 수밖에 없다.
형형색색의 뉴스로 호화찬란할지라도 인터넷의 함량과 넓이는 정통 저널리즘의 고향인 신문의 속 깊음을 당해낼 순 없다. 인터넷의 갈 길과 ‘저널리즘의 수호자’ 신문의 갈 길은 다를 수밖에 없고 차별화되어야 한다.
이미 정보의 전달량이 정보의 수용량을 뛰어 넘고 있다. 정보의 전달 속도가 정보의 흡수속도를 추월했다. 정보의 과다 축적은 정보의 홍수사태를 불러온다. 독자를 비롯한 수용자들은 이런 때일수록 올바른 글과 제대로 된 언어의 향기를 간절히 원한다.
독자는 ‘선택적 수용’이라는 채로 쏟아지는 뉴스를 걸러낸다. 현명한 독자는 이때야 말로 신문의 질을 변별해낸다. 신문들이 구사하는 기사의 문체와 결을 감별해낸다. 권위를 갖춘 고급지로서 수준 높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고 싶다면 길은 오직 하나다.
깊이 있는 취재, 단순명쾌한 편집, 세심한 어문교열 이 삼위일체 시스템으로 빛나는 한글의 향기를 지면에 가득 채우는 것이다. 세심한 어문교열 과정을 경시하며 제작된 지면을 독자인들 중히 여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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