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변화를 환영한다

신문이 변하고 있다. 지면이 살아나고 있다. 읽을거리도 다양해 졌거니와 볼거리도 많아 졌다. 덩달아 신문 보는 재미도 새록새록하다.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모든 신문은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제호를 보지 않으면 어느 신문인지 모를 정도로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꼭 빼닮은 ‘쌍둥이 천지’였다. 다른 점이라곤 주의 주장뿐. 그나마 논조와 지향점만 달랐을 뿐 팩트를 침소봉대해 독자를 ‘의식화’하려는 양태는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그런 신문들이 이제 바뀌고 있다. 우선 1면이 달라졌다. 매일 1면 머리기사가 같은 신문이 거의 없을 정도다. 정치 사회적인 이슈를 올리는 신문이 있는가 하면, 소프트한 생활경제 기사로 1면 머리를 장식하는 신문도 나타났다.



휴먼스토리와 캠페인 성 기사도 곧잘 1면 머리에 오른다. 그런가하면 초등학교를 석달 만에 졸업하게 된 영재(英才)스토리와 축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박주영 선수 관련 기사도 스스럼없이 1면에 게재된다.



비단 1면만이 아니다. 다른 면도 마찬가지다. 종합 해설면이라고 할 수 있는 3면의 경우 정치권이나 법조관련 기사 일색에서 탈피, 의료 건강 생활 경제 재테크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다른 지면의 경우에도 경쟁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색깔을 구현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배어난다. 기사의 양식과 그래픽 및 사진도 다양화되고 있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신문의 다양화가 이른바 메이저 신문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메이저 신문이 어떻게 가든,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는 의지가 거의 모든 신문의 지면에서 표출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래서 반가운 일이다. 진작 가야갈 길을 너무 에둘러 왔다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바야흐로 신문이 기사의 질에 의해 평가받는 경쟁체제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깎아 내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런 변화를 촉발시킨 계기는 물론 가판폐지다. 중앙을 비롯 조선, 경향, 동아, 한겨레, 세계 등이 잇따라 가판을 폐지하다보니 베끼고 싶어도 베낄 대상이 없어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주된 요인이다. 독자의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하는 신문은 고사하고 만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생존을 위한 변화를 모색한 것도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과연 지속되고 확산될 수 있느냐 여부다. 변화된 지면에 대한 자체 평가결과, 행여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변화를 계속해서 이끌어 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있느냐 여부다.



이를 위해선 구성원의 의식변화가 중요하다. 우선은 편집간부들의 사고방식이 확실히 변해야 한다. 이들이 과거의 ‘베끼기 습관’을 끊은 뒤 나타나는 ‘금단현상’을 극복하지 못한 채, 또다시 경쟁지를 두리번거리게 되면 변화는 금방 없던 일이 되고 만다. 현장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기자들도 이제 지면과 기사에 대한 무한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확한 취재 및 분석과 다양한 접근으로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해소시키지 못하면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신문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변화가 지속돼 자기 신문만의 색깔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얻는 선순환적인 경쟁구도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이런 변화를 반가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만큼이나 우리 일선기자에게 주어진 책임 또한 만만치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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