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통신 언론재벌'의 탄생을 경계 한다

이른바 ‘내 손안의 TV’로 불리는 위성 DMB가 지난 1일 첫 전파를 내보냈다. 통신사업자 SK텔레컴은 자회사 ‘TU 미디어’를 통해 자체 채널은 물론 뉴스, 스포츠, 드라마, 음악, 영화, 게임 등 비디오 채널 7개와 오디오, 'PPV'(Pay Per View) 등을 송출할 예정이다. 쉽게 말해, 위성 DMB는 통신사업자가 여러 개의 방송사를 동시에 개국한 형국이다.



그러나 위성 DMB는 SKT라는 특정 회사가 이동 위성수신 단말기에 유료로 방송 서비스를 부가적으로 제공한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무료의 보편적 서비스가 목적인 지상파 방송과 달리 위성 DMB는 산업적인 이해관계에서 파생된 것이다.



방송은 수익추구보다 저널리즘과 공공성, 문화의 다양성 제고 등이 우선시된다. 방송과 통신의 영역은 분명히 서로 다르다. 그런데도 당국에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시대적 대세라며, 통신사업자가 방송권한을 갖는데 대해 무책임한 정책결정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 방송사의 허가권을 취소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방송위원회는 최근 위성 DMB에 대한 지상파 재전송 문제를 방송사업자의 자율에 맡기는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 방송 정책권을 쥐고 있는 방송위가 민감한 문제에 있어서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들은 위성 DMB 지상파 재전송 문제를 놓고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상황에 놓여졌다.



지난해 KBS는 6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MBC와 SBS도 이미 긴축재정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돈벌이가 된다는 이유로 지상파 재전송의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지상파 DMB는 위성 DMB에 종속될 수 있으며, 변별력을 갖추지 못할 위험이 크다. 당초 무료인 지상파 방송의 이동수신 확대라는 이유로 마련된 지상파 DMB의 설립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위성 DMB 지상파 재전송 문제는 비단 지상파 DMB와의 경쟁관계나 지역 방송에 미치는 영향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위성 DMB는 거대한 통신사업자가 뉴미디어를 이용해 산업적인 이득만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제로 통신사업자들은 방송의 문화적, 공익적 측면 보다 산업적,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제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위성 DMB 개막을 시작으로 조만간 ‘와이브로’와 ‘IPTV' 등의 뉴미디어가 가세하면 방송과 통신의 영역구분이 더 모호해지고, 거대 통신사업자들이 뉴미디어를 이용해 방송언론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과 통신의 영역을 어떻게 보완하고 융합시키는가 하는 문제는 정보통신부나 방송위원회가 개별적으로 혹은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방송 언론의 고유가치보다 산업적 논리만을 앞세우는 통신사업자에게 사회 비판, 감시, 공익성 제고 등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점이다. 오로지 수익만을 쫓는 뉴미디어에 저널리즘의 역할을 내줄 경우, 수용자 주권은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의 변화와 흐름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변화의 방향만큼은 올바로 잡아야 한다. 변화의 방향을 제대로 포착하려면 저널리즘 철학과 미디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수용자 주권 등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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