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발전기금은 방송위 '쌈짓돈' 아니다

방송위원회가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며 내놓은 ‘방송발전기금 운용체계 개선방안’에 대해 한국기자협회를 비롯,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전국언론노조·한국언론재단 등이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5개 언론단체들이 특정 사안을 놓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그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크며 방송위의 개선방안이 명백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언론단체들은 방송위의 방안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실정법 위반과 근시안적 발상이라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방송위가 개선안에서 발전기금을 방송관련 사업에만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금의 목적을 명시한 방송법 제36조 ‘위원회는 방송진흥사업 및 문화예술진흥사업을 위하여 방송발전기금을 설치한다’는 규정에 어긋난다. 특히 기금의 세부 용도를 규정한 제38조에는 문화예술진흥사업과 언론공익사업 등에 기금을 사용토록 돼 있는데도 방송위가 자의적으로 언론공익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려는 것은 실정법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국회의 방송발전기금 결산 승인과정에서 ‘방송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한 기금지원 여부 재검토’라는 지적을 ‘언론공익사업’에 대한 지원 중단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 발상이다. 방송이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의 발전에 연계된 저널리즘, 언론직의 전문화, 문화예술 등 다양한 영역과 함께 상생토록 해야 한다.



특히 방송, 신문, 인터넷 등 개별 미디어에 대한 정책이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방송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로 인해 전체 미디어의 균형발전 전략과 통합적 미디어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방송위가 지원대상에서‘언론공익사업’을 제외한다면 미미하게나마 그동안 유지돼 온 사회적 의사소통 기능마저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언론단체들은 지난 2000년 1월 방송법 제정 당시에도 기금의 용도를 방송진흥사업에 한정할 것인가 아니면 문화예술진흥사업을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 끝에 문화예술진흥사업을 기금조성의 목적에 포함시키기로 한 점을 들어 방송위가 새삼 이 문제를 재론하는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방송의 경우 채널의 유한성이라는 기술적 문제로 인해 허가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허가제는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주기 위한 조치이라는 점에서 발전기금은 채널 사용료로 이해돼야 한다. 따라서 방송의 공익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며 신문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공익성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도 공익사업 지원의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방송위는 ‘방송발전기금이 방송위의 주머니 돈이냐’는 비난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 방송의 제반 인프라를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에 기금을 사용, 장기적으로 방송 발전의 밑거름을 만드는데 나서도록 주문하고 있는 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방송위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은 물론 공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인 점을 감안, 공익을 위해 진정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를 냉철히 살펴봐야 할 때이다.



국회와 기획예산처의 문제 제기도 기금을 ‘주인 없는 돈’으로 여겨 무책임하게 사용한 점을 거론한 것이지, 결코 공익사업에 제대로 쓴 것을 문제삼은 것은 아니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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