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내부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이 신문은 누가 뭐래도 국내 대표적 언론의 하나다. 동아의 최근 행보가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던 것도 사실은 우리 국민이 이 신문의 80여년 역사에 갖는 애정 때문이었다. 따라서 동아의 내부 혁신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고 신문 수요자인 국민들의 것이다.
이번 소식이 특별히 반가운 것은 밑으로부터의 개혁 열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간간히 제 목소리를 내왔던 평기자들이 이번엔 집단적으로 나섰다. 경영진은 과거처럼 이를 억누르려 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조직 내 원활한 의사소통, 신인사제도의 개선, 비전에 대한 제시 및 공유를 약속했다. 무엇보다 기자로서의 자긍심과 동아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 회복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명했다.
동아의 평기자들이 혁신을 주장하고, 경영진이 이를 수용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이른바 ‘3등신문으로의 추락 가속’이라는 위기감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들의 내부 변화 작업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냉소적 관찰자도 있다.
물론 이 신문이 독자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을 때, 경영진이 조직 내 언로를 중시여기고 편집권을 존중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지난 91년 사주와 자본의 언론통제를 비판하며 동아일보를 떠난 이른바 ‘김중배 선언’을 혁신의 발판으로 삼았으면 이 신문의 현재가 이처럼 옹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동아의 혁신 행보가 열독률 추락 위기감 때문이라고 해서 의미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더 이상 시대 변화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내부 공감대가 만들어졌다는 점은 중요하다.
정치권력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민주화된 지난 80년대 후반 이후로 동아를 비롯한 한국 주류 신문들은 공익보다는 사주의 이익에 복무한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정치권력과 결탁해 얻을 이익이 작아지자 광고자본에 기생하는 한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판매부수 경쟁으로 신문시장을 혼탁시켰다는 것이다.
주류 신문들은 이런 비판에 오불관언, 자사 지면을 통한 반박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주류 신문 내부에 변화 움직임이 일었다. 외부 비판이 다 옳은 것은 아니나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이는 독자의 외면을 받아 고사당할 때까지 기득권만 붙들고 앉아있을 수 없다는 절박한 외침이다.
동아 평기자들의 혁신 요구는 이런 개혁의 흐름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 기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방안 마련을 약속한 동아 경영진은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동아 내부의 각성이 이전처럼 왕좌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그치면 결국 사익 추구 및 보존 수준에 머물고 만다.
우리는 동아의 혁신이 신문의 공익적 기능을 회복하는 쪽으로 진행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내부에서 정체성 논의가 활발해져야 하고, 경영진은 이를 보장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동아의 혁신이 다른 주류 신문의 타산지석이 될 것을 기대한다. 우리는 동아의 혁신을 적극 지지하며, 그 실천과정을 비상하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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