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언론인 복직, 더 이상 미루지 말라

지난 90년대 중반 ‘남벌(南伐)’이란 만화가 인기를 끌었다. 한국과 일본의 가상전쟁을 소재로 남북한이 힘을 합쳐 일본을 정벌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대부분 만화가 그렇듯이 결론은 뻔하다. 한국의 승리다. 그러나 전쟁에서 승리한 한국이 일본에 12가지 사항을 요구하는 장면은 사뭇 감동적이다.



‘정신대를 조직했던 배후를 철저히 색출해 그 명단을 통보하고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이고 합리적인 배상을 시작한다. 독도와 그 반경 200해리를 완전한 한국영토로 인정하는 것은 물론 경도 130도에서 140도상, 위도 345에서, 343도상의 바다를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표기한다 등등’



아무리 만화라고 해도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두 나라 관계가 정상화될 때 벌써 짚었어야할 내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다시금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하고 나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라고 생겨난 말인 것 같다.



일본이 이처럼 억지주장을 펴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양국간 역사나 과거사 바로세우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비단 국제관계에서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바로 잡는 것은 어느 시대에서나 중요한 임무다. 역사적 진실이라는데 사회적 합의가 모아진 사안의 경우 원상회복을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미 진상이 규명됐고 원상회복 결정이 났는데도 전혀 실행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 부끄럽지만 바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언론계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작년 12월말 강제 해직된 언론인 가운데 복직을 희망하는 사람 94명을 복직시키도록 해당 언론사에 권고했다. 그렇지만 복직 권고시한인 3월말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복직된 언론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들이 누구인가. 유신정권과 80년 신군부시절, 언론의 자유를 위해 맞서 싸우다 강제로 삶의 터전을 빼앗겼던 우리의 선배가 아니던가. 따라서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것은 왜곡됐던 언론의 역사를 바로잡는 길이라는데 누구나 공감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해당 언론사들만 애써 외면하고 있다. 물론 언론사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당장 해직기간의 임금 보상이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살림살이다보니 선뜻 내기키 않을 법도 하다. 대상자 대부분이 정년을 넘겼거나 정년을 목전에 둔 사람들인 만큼 상징성이외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직 언론인의 복직은 이미 법률로서 정해진 사회적 합의다. 이들의 복직을 미루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일부 언론사는 복직대상자의 해직기간 중 임금 보상과 관련된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는 핑계를 댄다고 한다. 이런 핑계를 없애려면 정부가 먼저 나서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정부가 힘들다면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KBS나 연합뉴스 등이 먼저 나서 나름대로의 원칙을 만들어 원상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독도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와 함께 왜곡된 역사바로잡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뜨겁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언론계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해직 언론인의 복직은 당장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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