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하지 않으면 개혁 당한다

아침 수도권 지하철 입구에는 무료신문 서너 종류가 출근길 회사원들의 손길을 바라보고 있다. 지하철에 오르면 선반마다 승객들이 읽고 버려 둔 유료 무료 조간지들이 가득하다. 신문 가판대는 썰렁하다. 유료 신문 중에서 특히 스포츠신문은 거의 팔리지 않는다. 무료 신문이 어디든지 굴러다니니 누가 돈을 주고 신문을 사보려 할까.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의 상상을 초월하는 파급력이 미디어 환경을 뒤흔들 전망이다. ‘손 안의 TV’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이 이미 시험방송 중이다. DMB는 이동 수신이 가능할 뿐 아니라 비디오ㆍ오디오ㆍ데이터방송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쌍방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방송과 통신의 융합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TV가 처음 등장하던 문화충격 이상으로 DMB는 인류 개개인의 삶에 밀접하게 영향 미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첨단 미디어환경의 본격적 세례를 받게 된 것이다.



미디어 홍수시대다. 올드 미디어 신문이 질적으로 분화되면서 시장이 세분화된다. 방송 또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채널로 차별화되어 다가온다. 이제 특정 미디어의 독점적 점유 시대는 저물었다. 독과점에 따른 막대한 이익도 사라졌다. 이제 미디어 부문간 진입의 장벽도 사라져야 한다. 거대 미디어자본에 의한 여론의 독과점 우려는 선진국의 극단적 사례만을 인용한 지나친 이론상의 가설일 뿐이다. 정보와 여론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 같아서 자율 조정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역동적 여론이 심판자로 기능한다. 오히려 한국 미디어 시장에 필수적인 점은 우량한 기업성과를 지닌 안정적인 미디어기업이다.



소규모 미디어 기업이 난립할 때 저널리즘은 오히려 피폐해졌다. 기업의 내용물이 변변치 않은 회사가 신문사 방송사를 인수하였을 때 미디어기업은 파행으로 운영되었다. ‘미디어민주주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때, 민주주의 제반 과정과 절차는 미디어의 영역과 기능을 그 바탕으로 삼는다. 시장경제 시스템에 의해서 우량 민간 미디어 기업들이 강성할 때 여론 반영과 사회 환경감시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21세기 초입. 신문 방송을 막론하고 한국의 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광고수주에 매달려 휘청거리는 모습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도 광고수주가 미흡해 적자가 발생, 야당에 의해 경영진의 퇴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미디어 기업들이 경영성과가 허약한 탓에 광고주의 힘에 쉽사리 휘둘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언론사가 임직원들의 생계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처지에서 언론의 저널리즘 공익성 윤리를 운위함은 공염불이기 쉽다.



광고는 자본주의의 시그널이며 쌀이며 꽃이다. 광고는 피할 수 없고 광고의 힘은 ‘전지전능’하다. 광고주가 활기차야 기업 - 정부 - 가계가 윤택하다. 미디어도 성장의 엔진을 지녀야 한다. 건강치 못하고 강력하지 않은 미디어는 휘둘린다. 약한 미디어는 비굴해진다.



문화방송 최문순 신임사장은 위기에 빠진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조직수장들의 연령대 하향 추세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 더 다가가 사랑 받는 방송으로 거듭나겠다는 결단을 눈여겨보고자 한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창간 85주년 기념사에서 “차별성 없는 범용 저널리즘을 추방하고 차원 높은 프리미엄 콘텐츠로 무장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중앙일보 권영빈 신임 발행인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열림의 폭’을 더 넓히고 열린 신문으로서 더 개혁적이고 진보적으로 변하겠다”면서 중앙일보 지면 방향을 30∼40대 중산층에 맞춰나갈 것을 밝혔다.



지금 모든 미디어는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개혁 당할 뿐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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