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냉랭했던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에 시나브로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정연설을 통해 언론에 대한 유연한 입장을 다시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신문과 ‘맞장’(?)을 뜨려했던 이전의 태도에서 벗어나 최근 언론의 변화에 대해 후한 점수를 매겼다. 언론과 정권이 건강한 긴장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책관련 기사의 정확성과 비판의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대언론 유화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의 언론관 변화 기류는 지난해말 출입기자들과의 송년만찬에서 감지되었다. 이어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내정하는 ‘깜짝카드’를 선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언론에 대해 호의적인 발언을 해왔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일부 언론인들은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인들은 언론과의 갈등관계를 동반자관계로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우리가 대통령의 언론관에 주목하는 것은 향후 언론정책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 언론자유를 훼손하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면 언론자유를 진작시키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노대통령의 언론관은 어떤가. 그는 대선 때부터 일부 언론에 대해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오보와의 전쟁을 선언하기도 했고 특정 신문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언론관에 대해 일부 신문은 ‘적대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언론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한다는 모토로 기자실을 개방하고 브리핑제도를 도입했으며 불법경품 신고포상제도도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이런 일련의 언론정책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한쪽은 언론개혁의 단초를 마련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다른 쪽에서는 취재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비판적인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정부가 언론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려면 취재의 자유를 제한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어떤 정책도 시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이런 정책을 펴게 된 데는 언론에도 그 책임이 분명히 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군부독재시대의 행적에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점은 언론이 앞으로 반드시 털고 가야 할 큰 짐이다.
현대 사회에서 정부와 언론은 중요한 파트너이다. 정부는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언론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도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의 정보에 기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참여정부와 언론은 시각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한발씩 양보하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 정부와 언론이 사안마다 으르렁거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선진언론이 되기 위해서 우리 언론은 좀 더 변해야 하지만 이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노대통령의 말속에 그 해답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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