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신임 홍보수석으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임명돼 언론계 안팎으로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 홍보수석의 임명은 출범 초기부터 보수 언론과 노골적인 대립각을 세웠던 노무현 정권이 집권 3년째로 접어들면서 보수층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친노 학자로 알려진 조 홍보수석은 그동안 대학교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참언론을 지지하는 모임’(참언모)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언론 개혁을 꾸준히 주장해 왔고, 그로 인해 일부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 홍보수석은 한 때 참언모에 기고한 칼럼에서 “노무현 정부가 언론개혁을 하지 않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며 언론개혁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따라서 조 홍보수석이 정권 초기에 강도 높은 언론개혁을 주도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때늦은 아쉬움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2002년 대선에서 보여온 그의 튀는 행적을 보거나, “기존의 언론에서 편파·왜곡보도를 뼈저리게 느꼈다”는 고백에서 알 수 있듯 조 홍보수석이 하루아침에 자신의 언론 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하기도 한다. 물론 그는 교수로서의 사적(私的) 견해와 공인(公人)으로서의 역할은 다를 것이라고 했지만, 그동안 보여온 성향에 비춰 균형과 통합이 요구되는 실용주의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임명 직전까지 홍보수석직을 고사했다고 알려진 점도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지난해 말 언론과 건강한 긴장관계 뿐만 아니라 건강한 협력관계를 맺으면 좋겠다고 선언한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을 자기색깔이 분명한 조 홍보수석이 조화롭게 읽어낼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청와대는 조 수석을 발탁하면서 “(조 수석이) 자기소신과 원칙이 뚜렷한 것은 분명하지만 사람이 바뀌었다고 이미 시스템으로 정착된 언론정책 등 홍보정책이 크게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대통령 당선 전부터 정치역정을 함께 해왔던 운동권 출신의 386 측근 그룹이 상당수 청와대를 떠났고, 그 빈자리를 학계와 관료 출신 등 중도보수 성향의 전문가그룹이 메웠다는 주장이다.
연세대 총장 출신인 김우식 비서실장이 `이기준 파문’에도 불구하고 유임된 데 이어 정통관료 출신인 김완기 소청심사위원장이 시민단체 출신인 정찬용 인사수석의 뒤를 이은 점은 청와대의 실용노선 강화로 이해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다소 늦었다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앞으로 조 홍보수석은 언론과의 대화를 통한 건강한 협력관계 형성에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또 그래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조 홍보수석이 자신의 색깔을 앞세우기보다는 시스템과의 조화를, 언론과의 건강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데 홍보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쌍꺼풀 수술로 한결 부드러워진 이미지로 다가서는 노 대통령과 시스템과의 조화를 강조한 조 홍보수석이 펼칠 행보에 대해 우리 젊은 기자들은 기대와 함께 격려를 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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