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신문의 '처음'이자 '끝'

을유년 새해는 밝았지만 신문시장은 아직도 어둠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비상구도 찾지 못한 채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다. 신문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무료신문의 경쟁적 창간으로 신문사간의 ‘제살깎기’는 도를 넘어섰다. 인쇄매체에서 인터넷신문으로 발길을 돌리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경제 상황. ‘더블 딥’ 조짐을 보이는 우리경제가 올해도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올 경제성장률이 3%대에 멈출 것이라는 것이 국내외 주요경제전문기관들의 공통된 전망. 심지어 외국계 경제전문기관은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놓았다.



이미 내핍경영에 들어간 기업들은 광고예산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신문시장의 주요 광고주인 삼성과 SK가 올 신문광고예산을 일정수준 삭감하기로 결정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래서인지 올해 신문에선 매년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던 ‘근하신년’ 광고가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정동채 문화부장관은 TV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신문업계의 경영난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 ‘쓰나미’와 비교될 재앙 앞에 직면한 신문업계선 이제 죽으란 말이냐 하는 탄식마저 나온다.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기자들이 광고수주에 직·간접적으로 동원되는 일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재계를 출입하는 기자들일수록 이런 기억하기 싫은 경험들이 많다.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회사수익 제고라는 미명 하에 앵벌이(?)로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신문사들이 광고를 얻기 위해 기업에 매달리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홍보기사를 몇 차례 실어주고 그 대가로 억대의 광고를 받는 일은 행복한 축에 속한다. 잘 나가는(?) 대기업의 홍보부 직원이 기사가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기자를 혼내는, 믿을 수 없는 일마저 생겨나고 있다. 시쳇말로 갑과 을이 바뀐 꼴이다.



이렇다 보니 기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 울분과 자조를 넘어 절망감을 느끼는 막다른 상황까지 왔다. 기자들의 위상이 이렇게 된 것은 누구 탓일까. 신문사와 대립 각을 세우는 정부 탓일까. 광고주인 기업의 횡포 탓일까.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제 탓일까. 외부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지만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만 못한 신문업계에 책임이 더 크다.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광고에만 의존하는 주먹구구식 경영이 바로 주범이다.



신문사들은 지금이라도 수익모델을 다변화 해 광고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기자들이 광고주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특히 구조조정이란 칼날로 경영난을 타개할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에서 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기자들이 공평무사한 잣대로 권력과 자본을 감시할 때 신문업계는 비로소 희망의 불씨를 피우게 되는 것이다.



동트는 신 새벽 세상을 깨우는 수탉의 우렁찬 울음소리처럼, 올해는 기자들이 경쟁적으로 ‘참기자’의 기개를 맘껏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기자는 신문사의 처음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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