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국언론을 흔들어 놓은 사상초유의 언론사 폐간사태와 감원태풍 속에서 전해진 전자신문 권상희 기자의 외아들 규태군(4) 돕기운동이 모처럼 언론계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규태군 골수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점에 안도하면서, 동료 직원과 경쟁사 기자, 대기업 사원까지 나서서 보내준 온정의 손길은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 그 자체였다. 전자신문 직원들이 정성껏 모은 성금과 헌혈증서를 전달했고, 경쟁사인 디지털타임스 기자들도 모금운동을 벌였는가 하면 LG전자 사원들이 앞다퉈 자신의 피를 나눠주겠다고 나서 가족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규태 군의 병세호전 소식을 접한 다수의 언론인들도 자기 일처럼 기뻐했고, 늦게나마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애정과 관심이 있었기에 규태 군이 마음놓고 수술을 받고 회복단계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본다.
기자사회의 미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포츠서울 직원들도 편집부 기자였던 김 모씨가 지난 4월 명퇴 후 10월 뇌경색증으로 쓰러지자 성금을 모아 전달했으며, 세계일보 경제부 배연국 기자는 자신이 저술한 책의 인세를 전액 불우어린이돕기에 기탁하기로 하는 등 훈훈한 미담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언론인들은 시시각각 취재경쟁에 내몰린 나머지 타인에 대해 배려하고 존중하는 데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상대방이 경쟁사의 기자이거나 취재원과 기자 관계일 경우 보여준 태도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기회에 짚고 넘어갈 점은 언론인에 대한 불필요한 사회적 편견도 만만치 않지만 언론 스스로가 사회에 쌓아온 벽도, 잘못된 관행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규태군 돕기운동을 계기로 삭막한 언론계 문화를 뒤돌아보고 위기에 처한 우리 이웃을 돕는데 누구보다 언론인이 앞장서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어느 해보다 길고도 혹독한 겨울을 맞이한 올 겨울에 언론인이 기댈 언덕은 언론인 스스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언론인들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위기에 처한 처한 언론인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 제2의, 제3의 규태군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고, 지금처럼 개인이 보금자리인 전셋집을 처분하고 동료들이 푼돈을 모아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자를 대체 가능한 ‘소모품’ 정도로 인식하는 대한민국 언론사 사주들의 인색한 경영관이 바뀌지 않은 한 개별 언론사 차원에서의 해결이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가정을 지키는 문제에 대해 언론계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 구성원인 가족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시스템을 개발해내고 뿌리를 내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언론계에도 온정이 모일 때 눈금이 올라가는 ‘사랑의 체감온도탑’을 세울 때이다. 아울러 규태군과 스포츠서울 김 모 전기자가 병마를 이기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대한민국 기자 전체의 이름으로 기원한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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