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관계법 개정안이 여야간의 논란 끝에 국회에서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해 있다. 정기국회 일정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른 입법안들과 함께 국회 파행으로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그러지고 혼탁한 언론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장으로 만든다는 ‘언론 개혁법’의 당초 취지는 무색해지고 있다.
여당이 마련한 안에 대해 일부 언론단체와 시민운동단체들은 소유 지분 분산 규정이 빠지는 등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헌법이 규정한 언론의 자유, 시장경제질서의 원리를 침해하는 등 위헌적 요소가 많다면서 ‘언론 개악’ 법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학자들도 여당의 언론법안에 대해 상징성은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고 자칫 언론탄압이라는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자율성을 침해하는 외적인 간섭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법안의 당사자인 언론사와 그 종사자들은 또 어떠한가? 경기 불황의 여파와 과당 경쟁 등으로 대다수의 언론사들은 경영 위기에 빠져있고, 자구책으로 마련한 임금 감소는 물론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으로 언론인들이 찬바람 부는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은 그야말로 ‘빈사상태’에 다름 아니다. 이해당사자나 정치권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른바 ‘언론 개혁법’이 통과되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눈살 찌푸리는 ‘언론전쟁’이 사라지고 언론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우리 사회의 성숙한 민주주의 발전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앞선다.
우선 우리의 언론이 이런 상황까지 내몰린데 대해 언론사 사주와 경영진뿐 아니라 언론인들의 자성과 참회가 있어야 한다.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역할 해야 할 언론이 독과점, 불공정 경쟁 등 싸우고 없애야 할 대상인 행위를 버젓이 자행하고, 때로는 교묘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며 독자와 시청자를 현혹시키고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한 것에 대해 깊은 반성부터 앞서야만 진정한 치유와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정부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언론시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질서유지자로 남아야 한다. 이것저것 규제하고 족쇄를 채우는 것은 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해 궁극적으로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수행하는데 장애가 될 우려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법과 제도를 통한 규제 또는 방임으로 언론을 자기 편 입맛에 맞게 길들일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위에 대해 그것이 하늘 전체를 가릴 수 있는 천막이라고 엉뚱한 맞장구를 치는 형국이랄 수 있다. 급변하는 매체환경으로 인해 일부 언론이 자신의 의도대로 사실을 왜곡하는 ‘혹세무민’으로 독자나 시청자를 조종하고 세뇌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아무도 조정하는 사람이 없는 무한정의 자유가 우리가 바라는 언론 자유가 아니다. 그렇다고 최소한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쇠사슬의 굴레도 거부하는 것이다. 만약 그러했을 경우 그 댓가의 참혹함은 우리 주변의 역사에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어려운 문제일수록, 해결책이 쉽게 찾아지지 않는 문제일수록 원칙에 따라 작고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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