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그토록 아끼고 자부심을 가졌던 회사에서 이처럼 헌신짝처럼 버려진다는게 믿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꼭 일어나실 겁니다. 우리 아버지니까요”
24년간 저임금 속에서도 자랑스럽게 회사를 지켜오다 해고통보를 받고 쓰러져 뇌수술을 받은 충청일보 임승기씨(49)의 딸 경진씨(21·충청일보 경리부)의 말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리고 중환자실에 누워 눈물 흘리는 가족들을 비통하게 바라 볼 임씨의 고통이 우리를 분노케 한다. 충청일보의 정상화를 요구하며 이른 새벽공기를 가르며 도보행진을 벌이던 그 당당함과 지역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지, 임씨의 희망이 있는 한 충청일보의 간판은 결코 내릴 수 없다. 밀려오는 외로움에 몸서리가 쳐지고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의 한기가 뼈를 파고들 때마다 서로의 체온으로 다독거리며 투쟁현장을 지키는 충청일보 직원들과 충청도민이 있는 한 충정일보는 사주 한사람에 의해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충청일보는 해방 후 혼란한 시기였던 1946년 창간, 58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의 대표적인 지방언론이자 충청도민의 대변지였다. 창간호에 김구 선생의 휘호가 실릴 만큼 의미 있는 창간이었고 한국 언론사의 중심에 있던 신문사이고 도민의 애독지다.
따라서 충청일보는 도민들이 지켜오고 직원들이 가꿔온 신문사인데도 사주가 일방적인 직장폐쇄와 집단해고 조치를 취한 것은 직원은 물론 독자들에 대한 ‘배신’ 그 자체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또 사주는 신문사 경영에 뜻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어려운 조건에서도 신문사를 지켜온 직원들과 충정도민에게 제호만이라도 돌려주어야 한다.
우리는 충청일보 사태를 단순히 한 지방신문사의 문제만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한국 지방언론이 노정해온 비정상적인 구조와 굴절된 역사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구세력의 반발로 결코 물러설 수 없고 질 수 없는 싸움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지역신문은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으로 개혁을 이야기하고 있고, 많은 언론인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독자들에게 신뢰받는 언론이 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주들은 어떠한가. 인사권 독점, 부당한 압력 행사 등으로 언론을 사유화하고 있고, 많은 언론사주들은 ‘지금 이 대로’를 외치며 여전히 해피하게 권력을 향유하고 있다. 그들은 신문사주라는 이름으로 수십년간 자기 기업의 보호막으로 때로는 압력수단으로 신문사와 기자들을 이용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이 그동안 누렸던 부와 명예의 상당수가 신문사를 통해 축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 경영악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충청일보 사주 임광수씨가 기업경영의 악화는 말하지 않고 신문경영악화만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더욱이 충청일보의 사태는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 다른 지방언론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단순히 충청일보 직원들만의 투쟁이 아닌 우리나라 지방언론 전체의 투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는 다시 한번 충청일보 사주 임광수씨에게 요구한다. 세상이 다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진실이고, 우리 기자들은 한 줄의 진실을 찾기 위해 청춘을 바쳐왔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기업인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역사에 부끄러운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될 지를 판단해 주길 바란다.
충청일보 제호를 직원들과 독자, 도민들에게 돌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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