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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규찬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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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이제 두 달이 된다. 9월 23일 직전까지만 해도 신문들은 여성인권, 성윤리 보호라는 측면에서 이 법에 별 이의가 없어 보였다. 중앙일보는 “성매매특별법 시행이 우리의 수치스러운 성매매 풍토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 한다”는 사설을 내놓았다.
동아일보 황호택 논설위원은 ‘성인남녀가 상호 동의 하에 성을 매매하면 합법적인 상업거래로 봐야 한다’는 이코노미스트의 사설을 인용하면서 “한국신문이 이런 논조로 사설을 썼다가는 여성단체의 몰매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고 썼지만, 이는 여전히 소수 목소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보수 신문들의 이념적 성향에 훨씬 어울리는 지지의 태도는 법시행과 함께 회의론을 거쳐 급속히 반대론으로 바뀐다. 시행 첫날부터 신문들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취지와 현실이 다르다는 지적이었다. 성매매 근절은 “하늘이 무너져도 세워야 할 정의일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것이 법으로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특별법의 강력한 시행만이 능사가 아닌 것 같다”는 훈수가 계속된다. 여성단체 등 사회운동진영과 성매매업자 측의 확연한 입장 차를 그래도 ‘객관적’인 시각에서 중계하는 듯 하던 모습은 채 몇 주가 안돼 노골적이고 일방적인 적대의 자세로 굳어진다.
“갑작스러운 이벤트성 성매매금지법 시행”으로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성매매를 금지하는 것을 보면 아마추어란 생각이 든다”는 비판이 경제지들로부터 제기된다. 바통을 이어받아 “현실을 무시한 이상적인 제도의 후유증”이라는 고발이 보수 일간지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성매매특별법은 더 이상 논란이 아닌 문제다. 위스키 소비를 줄이고, 러브호텔의 ‘무더기 줄 도산’을 낳으며, 은행의 여신 부실을 초래한 악법이다. 이제 국회 앞 ‘집창촌’ 여성들의 ‘대낮의 아우성’이 아닌,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더욱 위기에 빠졌다는 경제가 우리 모두의 우려 대상이다. 시장과 기업, 소비자가 피해자다. 집창촌 근처 일부 은행 지점들의 적금 해약 현상을 조선일보는 “성매매법이 은행 잡네”라는 제목으로 과장한다. 위기가 부풀려진다. 반대 여론이 제조된다.
한 야당 국회의원의 발언을 신문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총각들 성 해결 방법 없어”라는 제목으로 일제히 보도한다. “성매매금지법은 도덕적 가치 제고를 위해 인간의 성욕을 막는 즉 인권을 침해하는 좌파적 정책”이라는 한국경제연구원장의 주장 또한 ‘도덕주의와 만난 법의 함정’이라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시장과 ‘민생’, 남성 소비자 ‘인권보호’의 논리는 “성매매의 뿌리가 경제적 동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성권익 중심의 명분론으로 흘러가고 있는 게 문제”라는 결론으로 매듭지어진다.
“성매매 특별법 내면엔 남성 향한 적개심 있어”라는 남성협회회장을 신문이 친절히 인터뷰해준다. 진중권의 말처럼, “여성의 인권 침해가 아니라, 거꾸로 여성의 몸을 사고팔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남성 인권의 침해”라는 전도된 사고가 공정보도의 명분 하에 소개되는 억지 현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어느 사회든 찌꺼기를 버릴 수 있는 하수구가 필요한데, 특별법 때문에 경제가 엉망”이라고 푸념을 털어놓는 것은 이런 가부장적 천민자본주의 질서 내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부총리 겸 제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만들어진 이상한 법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또한 남성 중심적 수구 담론의 튼튼한 울타리를 배경으로 한다.
마침내 ‘9·23테러’라는 모독적 이름이 붙는다. 성산업에 기댄 졸부자본, 그 속에서 재미 본 남성 소비자간 공모의 산물이다. ‘바르게 살기’나 지도해야 할 신문들이 참을 수 없는 섹스의 쾌락체제 재건을 기도하는 쿠데타에 슬쩍 가담한다. (여)성의 물화와 착취에 기생해서 축적을 도모해 온 한국자본주의의 한계를 결정적으로 확인시켜주는 비극적 대목이다. 불륜이고 추태다.
지하 거대 섹스산업은 과연 지상에 건설된 허우대 멀쩡한 한국자본주의의 배설구인가? 그 외설적 그림자를 지우는 게 이렇게도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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