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환한 소식이다. 한국 기자공동체가 만들어 낸 쾌거다. 국내외의 암울한 정치, 경제, 군사 상황에 짓눌려 있는 한국의 기자들이여, 모처럼 가슴을 쭉 펴자.
아시아기자협회(AJA)가 서울에서 창립됐다는 소식에 귀를 기울여보자. 지난 십수년간 아시아 각국에서 연대기구 출범을 추진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것을 한국기자협회(JAK)가 주도적으로 나서 성사시킨 것이다.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 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독일, 호주 등 동아시아기자포럼에 참석한 국가의 대표들이 AJA 출범을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이는 한국기협이 지난 해 동아시아기자포럼을 만들고, 개최한 데 이어 올해도 성공적으로 주관함으로써 아시아 기자사회에 신뢰를 심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시아 기자사회가 화합과 단결의 첫 발을 한반도의 서울에서 내딛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세계 강대국과 약소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한반도는 어느 지역보다 전쟁의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이 지역에서의 평화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하다. 한국기자사회는 이 평화를 소중히 지키는 데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며 아시아기자사회의 안전과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 각국의 기자대표들이 한국기자협회장을 AJA 초대의장으로 선출한 것은 이런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한다.
우리는 또 그동안 비사회주의 언론단체에 참여하지 않았던 중국이 AJA에 함께 들어온 것을 주목한다. 야오 젠린 중국기자협회 국제부주임은 AJA 창립이 ‘아시아대륙의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 지역 기자들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강화하는 일이 아시아 대륙 전체의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는 것임을 분명히 강조한 것이다.
한국 기자사회는 이제 AJA 초대 의장국으로서 아시아 기자 가족이 어떻게 협력하고 교류해 아시아 저널리즘의 향상을 꾀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아시아 지역의 현실을 공유하는 세미나, 워크숍 뿐 만 아니라 평화저널리즘을 함께 가꾸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시아 각국에서 기자들이 보도로 인해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을 때 공동 대처하는 기구를 만들고, 이를 실질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여기서 새삼 강조할 것은 아시아 기자가족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출범했다는 첫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 운용 과정에서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지거나 기금 운용의 부실·부정 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아시아기자포럼에 참석한 아시아 각국 기자 대표들은 AJA가 아시아 전체 기구가 참여하고, 마침내 아시아-태평양 기자협회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한국 기자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에 앞서 한국 기자사회는 국내 언론 매체들끼리 서로를 물어뜯는 갈등 상황을 한시 종식시켜야 한다. 안으로 분열하면서 어떻게 밖으로 화합과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AJA 창립은 아시아 기자사회의 연대라는 희소식을 전함과 동시에 한국 언론에 분열과 갈등을 종식시키라는 절실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