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폭력인가 치졸한 복수인가
문화일보 김용옥씨 저서 '노자와 21세기'혹평, 김씨 TV특강 40분 내내 반론·기자 비판 할애
언론의 폭력인가, 치졸한 복수인가.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지난 2일 EBS TV특강에서 자신의 책을 비판한 문화일보 기사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자 문화일보도 기자수첩과 재반론을 싣는 등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김 전 교수는 자신의 저서 '노자와 21세기'에 대한 서평을 쓴 김종락 기자의 이름을 칠판에 써가며 문화일보를 비판하는 데에 강의시간 40여 분 전체를 할애했다. 김 전 교수는 당초 예정된 특강 시리즈 8번째 '노래와 소리는 이웃된다'를 독단적으로 변경하며 자화자찬 발언과 기자에 대한 공격으로 일관, EBS측은 강의 주제를 '인류의 3대 지혜의 서(書)'로 바꾸어 내보내는 해프닝을 빚었다.
김 전 교수는 "11월 24일자 문화일보의 서평에서 밀도가 떨어진다, 자만의 늪에 빠졌다, 수준 미달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형편없는 책으로 평가했다"며 30분 가까이 이에 대해 반박했다. 김 전 교수는 "내가 출판으로 먹고 사는데 (신문사) 출판부를 욕하는 것은 자살이다, 나는 자살해도 좋다"며 극도로 격앙된 상태에서 말을 이어갔다. 또 "밀도가 떨어졌다, 실망스럽다, 감명이 덜하다는 등의 글은 일기에나 쓰는 글이지 기자의 글이 아니다"며 "나를 똑바로 보고 준엄하게 비판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날 김 전 교수는 문제를 더욱 확대해 한국신문의 질적 수준으로까지 치달았다. "미국 타임지에 나오는 글을 보면 문장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데 우리나라에는 왜 타임지를 능가하는 언론이 없는가"를 물은 뒤 "이런 수준낮은 기자를 가지고 우리가 21세기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고 흥분했다. 또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은 기자와 교수"라며 "바로 기자와 교수만 정신차리면 훌륭한 21세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해 100여 명의 방청객들 한테서 박수를 받았다.
그러자 김종락 기자는 6일 취재수첩 '비판의 펜은 살아있어야'를 통해 "인신공격을 위해서거나 그의 책에 감명받아 기사를 쓴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기자는 "신문이 공기(公器)인데 비해 출판은 저자와 독자의 사적인 관계로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도 납득키 어렵다"는 점과 함께 "김씨는 출판기자를 공격하는 것이 자살행위라고 했지만 고정팬이 든든한 독설가 김씨의 책을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위험부담'을 안은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한국사회를 망친 원인은 김씨의책을비판한 기자가 아니라 비판에 못 견뎌하는 일부 인사의 체질과 이 때문에 비판해야 할 것을 얼렁뚱땅 넘기는 기자정신의 부재에서 찾아야 한다"고 쐐기를 가했다.
김 기자는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책을 이렇게 엉성하게 쓰는 것은 곤란하다고 판단, 조우석 부장과 상의해 본격 논쟁을 벌이자는 취지에서 서평을 쓰게 됐다"며 "기자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고정팬이 많아서인지 네티즌의 반응은 7:3 정도로 김씨 편이 많고 항의 전화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와의 연락을 담당하고 있는 출판사(통나무)측은 "안이함을 가장 싫어하는 도올 선생이 문화일보 지적을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 뒤 기고나 대담 제안에 대해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화일보와 김 전 교수의 논쟁을 지켜보는 네티즌의 반응은 김 전 교수의 경솔함을 비판하는 쪽과 김종락 기자의 사과를 촉구하는 쪽으로 나뉘었으며, 특히 문화일보 인터넷 독자투고에는 후자쪽의 의견이 양적으론 좀더 많았다. "문제의 발단은 EBS라는 공중파 방송에서 한 신문사를 공격했다는 것이 아니다, 기자라고 하는 영향력 큰 사람이 주제의 실체에 다가서지 못하고 두루뭉실하게 책의 구체적인 내용과는 무관하게 한 개인의 성격, 인격을 가지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도올이 전파를 이용한 개인의 얘기를 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피해를 주었듯이 문화일보 또한 지면을 통해 맞대응 함으로써 독자에게 피해를 주었다" 등이다.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김 전 교수의 강의에 그냥 탄복하고 존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노자&' 책이 금강경 강해보다 (밀도가) 떨어지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이 왜 잘못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공중파 방송 40여 분을 자신을 변호하고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한 김 전 교수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견해도 있다.
조 부장의 재반론에 대해서도 "단 한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언론의 추한 몸부림", "조 부장의 글은 기자의 글이 아니었다&소위 대학에서 폼만 잡고 고상한 글만 써대는 이중인격의 교수가 기고한 글과 같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밖에 "그럼에도 기자를 비판하는 것은 용기"(한겨레 기자)로 평가하는 의견이 있었으며, 네티즌의 반응을 "문화일보로 상징되는 전체 언론에 대한 비판"(동아일보 기자)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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