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올 한 해 동안 기자협회보 지면에 오른 신문업계의 현황은 침울하기 그지없다. 스포츠신문들은 살벌한 구조조정 탓에 진작 냉혹한 겨울을 맞이했다. 메이저신문 마이너신문을 가릴 것 없이 군살빼기가 한창이다. 연봉제로 전환, 성과와 실적에 따른 인사평가 도입, 임금 피크제 호봉 피크제 검토….
기자사회에 충격을 주는 각종 제도신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상여금이 절반 가까이 날아갔다. 이런 저런 수당이 경영합리화의 명분 속에 사라졌다. 몇몇 회사는 비상 경영위원회를 가동시켰다. 부서 내에 결원이 생겨도 충원 요청은 언감생심이다. 그저 묵묵히 남은 자들이 도맡아 감당해야 한다. 거창하게 출범했던 일간지 자매매체인 주간지 월간지들이 속속 휴간 폐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부도 발생 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모 스포츠신문은 신문발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노사 갈등 속에 파업중인 모 지방지가 대주주의 일방적인 법인청산 결정으로 문을 닫게 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중앙의 대형신문사들도 소규모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한편 신문에 대한 독자의 만족도는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신뢰도에서도 타 미디어에 뒤지고 있다. 신문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냉소가 만만찮다. 한국 가정에서의 신문구독률은 50%이하로 떨어지더니 그 하락속도는 그칠 줄 모른다. 올 상반기 신문 가판시장을 회오리 속으로 몰고 간 무료신문들이 만약 아침에 가정배달까지 시도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력을 뛰어 넘는다. ‘뉴스와 심층분석의 산실’이란 신문의 자부심도 흔들린다. 반면 방송과 인터넷에 대한 수용자의 신뢰와 의존도는 상승곡선이다. 자칫하면 “신문업계 공멸의 위기”라는 탄식까지도 나올 법하다.
이에 협회보는 신문업계의 경영위기를 기자사회 구성원들과 재차 공감해보면서 대안 제시에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의 신문산업은 성장 성숙단계를 이미 지났다. 신문업계는 퇴보냐 새로운 시장개척이냐를 놓고 심각하게 경영진단을 할 시기이다. 즉 다매체 다채널 멀티미디어시대에 맞는 21세기형 신문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종합백화점식 신문 만들기는 퇴보만을 재촉할 뿐이다. 해당 신문의 타깃 독자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하루에 4백~5백여개 뉴스 꼭지를 아우르며 펼치는 신문제작 행태는 더 이상 매체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심층분석 저널리즘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면 시장퇴출을 각오해야 한다. 우량 광고주들은 현명한 독자층의 신뢰성을 확보한 신문에게만 광고를 집행할 것이다. 경기가 불황 일수록 미래비전을 갖춘 수익모델의 신문과 그렇지 못한 신문의 차이가 가시화된다. 시장퇴출의 위기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둘째 변신과 혁신을 시도하는 한 신문의 향기는 영원하다. 한 지면에서 특화된 뉴스와 정보들을 가지런하게 레이아웃하여 변별해 보여주는 장점은 신문만이 향유할 수 있는 특징이다.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무게를 갖춘 기사가 세련된 인포그래픽 탁월한 현장사진 명징한 헤드라인과 맞물려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편집된 지면은 신문만이 확보할 수 있는 최고 무기이다. 결국 신문 저널리즘의 주인공은 기자이다. 신문장사는 사람장사이다. 신문 기자가 번득이는 기사를 건지면 변화무쌍한 21세기도 건질 수 있다. 신문의 향기는 기자의 향기다. 기자를 귀하게 여기고 그들로 하여금 시대의식의 날을 제대로 벼릴 수 있게 하는 신문이 정론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셋째 신문사는 복합미디어를 갖춘 다채널 수익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독자의 눈높이를 다각화된 매체를 통해 이끌어가는 종합미디어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이미 단일 신문업태만으론 생존 불가능함이 판명 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신문사 최고경영진의 전략적 결단이 해당 신문사의 미래 명운을 좌우하는 각별한 시기가 도래했다. 전략적 합병, 뉴스콘텐츠 교환, 타매체간 상호 지분 확보 등의 문제는 이젠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향후 수년 내 신문업계를 포함한 전체 미디어업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자사회는 오늘도 현장에서 취재에 임하면서 긴 호흡으로 미디어산업의 변혁성을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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