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보가 창간한 지 오늘로 꼭 40주년이 됐다. ‘불혹’(不惑)의 나이가 된 셈이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불혹’은 공자가 일생을 회고하면서 자신의 학문 수양발전 과정에 대해 ‘40세가 되어서는 미혹하지 않았다(四十而不惑)’고 언급한데서 유래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하는 ‘불혹’이라는 낱말이야말로, 갈등과 대립으로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채 외면 받고 있는 작금의 우리 언론계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크다.
지난번 대통령 탄핵 보도를 놓고 벌인 언론사간의 편가르기와 반목은 독자와 시청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똑같은 사실을 놓고 신문과 방송의 보도내용과 방향이 달랐으며 또 같은 신문매체끼리도 보수신문과 진보 성향 신문들로 나뉘어 이해관계에 따라 논조를 달리했다. 정치권도 이 싸움에 가세, 판을 키웠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방송위원장 등을 출석시켜 방송사의 탄핵관련 보도에 대해 특정정파의 시각에 맞춰진 편파방송이라며 공세를 편 데 대해 열린우리당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방송탄핵용’ 상임위라며 거부, 반쪽 상임위가 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남의 약점이 나의 장점’인 양 마구 들춰내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더니 이제는 싸움판을 언론관련법 쪽으로 옮겼다.
열린우리당이 소속 의원 151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한 신문법 제정과 방송법 개정, 언론피해구제법 등 이른바 3대 ‘언론법안’을 놓고 다투는 모습은 국내는 물론 외신에도 소개될 정도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최근 “노무현 정권과 조선 중앙 동아 등 3대 신문이 이른바 ‘언론개혁’을 둘러싸고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정권비판을 거듭한 대형신문에 부하가 치민 여당이 ‘언론의 문제점을 해소한다’며 신문시장 점유율 등을 제한하는 새 법안을 국회에 냈다”고 뼈가 담겨 있는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사의 시장점유율 제한과 최대 주주 및 그 일가의 소유지분 제한이 최대 쟁점인 신문법에 대해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조선 중앙 동아가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들은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줄서기를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신문의 공공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려는데 대해 조선 중앙 동아는 정권에 대한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언론들이 본연의 역할인 진실보도를 내팽개치고 패가 갈려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해 대면 누가 언론을 신뢰하겠으며 또 우리에겐 무엇이 남겠는가.
사회가 갈 방향을 잃고 혼돈스러울수록 언론이 중심을 잡아가야 하는 것은 언론의 사명이자 본분인데도 언론이 사사로움에 정신이 팔려 갈팡질팡하고 판단을 흐리는, 한마디로 ‘不惑’이 아닌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협회보 창간 40주년을 맞아 언론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불혹’의 자세를 촉구하고자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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