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감사를 계기로 벌어진 MBC SBS 방송사간 낯 뜨거운 비방전이 특정 매체는 물론 언론 전체에 대한 신뢰성까지 파먹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약점잡기식’ 보도 행태는 두 방송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른바 ‘조중동’과 KBS 사이에서도 벌어져왔으며 사안별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며 매체간 합종연횡 양상까지 보이고 있어 전체적으로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또 위험 수위를 넘어선 공방전은 국감이 끝나도 가라앉지 않고,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국내 언론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번 MBC와 SBS가 보여준 일부 감정적 대결은 앞으로 얼마든지 재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매체 종사자들의 냉정한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두 방송사들은 연일 시청률이 가장 높은 황금시간대를 할애해 행정수도 이전과 고교등급제 파행, 용산기지 이전 등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현안에 대한 보도는 뒤로 미뤄놓고, 상대사의 ‘치부 들춰내기’에 열심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이러한 보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는 기분”이라며 푸념 섞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또 이러한 감정적 보도는 방송사들이 외형 성장만을 추구해온 결과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 차제에 방송환경 전반에 대한 점검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두 방송사에 대한 세간의 비판 가운데 “나는 확인된 사실,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는 데 상대방이 감정적인 보도를 한다”는 아전인수식 판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양 방송사가 한번쯤 곱씹어 볼 대목이다.
갈수록 꼬여 가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해법과 곤두박질치는 국가경제, 끝없이 이어지는 실업자 행렬,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노인들이 살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외면하고 특정 방송사의 해묵은 허물을 양 방송사가 주요 의제로 파헤쳐야 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은 쉽게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국감이 열리고 있는 시기다. 그런데도 소문에 의하면 양 방송사 데스크들이 국감장에서 취재를 해야 할 기자들을 ‘변두리 공사판’으로 내몰아 상대 방송사에 대한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도록 지시했다는 말도 들린다. 물론 취재 내용이 공익에 부합하는 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 그것도 소수 간부들의 입맛에 맞춰 의제를 설정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는 내부의 의견도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양 방송사가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했다면 진상규명은 물론 응분의 후속조치는 취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어떤 보도도 감정이 앞서지 않을 때 정확한 취재와 올바른 보도가 가능한 법이다. 시청자들은 이제 방송사들이 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믿는 바보가 아니다.
사실 두 방송사는 모두 우리에게 똑같이 소중한 언론사이다. 사회 발전에 일정한 공헌도 해왔다. 그동안 국민들에게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양 방송사는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상대방에 대한 의혹 부풀리기식 감정보도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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