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뉴스가 폭주하는 세상이다. 스포츠 신문 뿐 만 아니라 종합일간지 기사와 방송 프로그램의 구석구석에서 연예인과 그 주변에 관한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인터넷 뉴스 포털이 역점을 기울이는 것도 연예계 이야기다.
연예뉴스의 폭주는 그만큼 수요자가 많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것이 사회문화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의 논란은 차치하고, 이 현상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언론계는 연예뉴스를 공급하는 수준과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언론계는 연예뉴스를 ‘길거리 여자’ 취급을 해 왔다. 이를 내세워 장사를 해 먹되 돌보고 가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무책임한 추측, 폭로기사가 양산됐고, 가십, 스캔들로 지면이 도배됐다. 기자들은 연예인 결혼 소식을 먼저 물기 위해 시뻘건 눈으로 연예가를 서성거려야 했고, 연예인들은 이런 기자들을 혐오하는 발언을 공공연히 내뱉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 한 여자 연예인이 자신의 결혼 소식을 허위 보도했다며 한 통신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것은 혐오의 또 다른 표현이다.
연예뉴스의 질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언론계 내부의 노력 부족과 더불어 대중들이 환호하는 유명 연예인을 대형 기획사들이 관리하게 된 외부 시스템에도 원인이 있다. 이들 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을 키울 수 있는 기사는 적극적으로 홍보하되 비판적 기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는다.
때문에 유명 연예인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이들의 눈치를 보거나 유착하게 되고, 연예인들은 기자를 신뢰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조금만 유명해지면 거들먹거리게 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한 인터넷뉴스 편집국장의 글로 촉발된 ‘연예인 인터뷰를 위해 매니저에게 몸 파는 여기자’ 논란은 이 시대 연예저널리즘의 서글픈 초상이다. 우리는 그 내용이 과장돼 전달된 것이라고 믿지만, 이런 논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결국 이런 일들이 앞으로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한 스포츠신문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내고,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다짐한 것에 주목한다. 이 신문은 앞으로 “고급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신문, 특화된 정보와 다양한 기획을 담은 정(情)이 넘치는 신문이 되겠다 ”고 약속했다. 물론 이 다짐이 순수한 변신 의지에서라기보다는 독자 감소에 따른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언론계 내부에서 이처럼 자성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언론계 내부에 연예뉴스에 대한 게이트 키핑 기준이 강화돼 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닌 연예저널리즘이 정착되는 전기가 되기를 절실히 바란다.
이와 더불어 연예계와 기자들 간 취재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 연예인은 대중예술인으로, 기자는 언론인으로 자아를 회복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방송연예노조와 언론사가 이 논의에 적극 나서줬으면 한다.
지난 96년에 한 언론학자가 펴낸 저서의 한 구절에 새삼 귀를 기울인다.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연예계 정보는 그 어떤 ‘하드 뉴스’ 못지 않게 중요한 사회문화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연예문화의 질적 향상을 유도하여 대중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연예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이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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