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복지, 작은 것부터 챙겨라

신문의 위기. 이 말은 기자들 가슴을 너무 멍들게 한다. 경기불황과 과열경쟁의 직격탄을 맞은 신문사들은 크든 작든 간에 저마다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문을 닫은 지방신문도 있고 부도를 맞은 스포츠신문도 있다.



한때 4대신문의 반열에서 사세를 과시하던 중앙지 한곳은 수천억대의 빚으로 청산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심지어 1~2년 내에 몇 개의 신문사가 더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위 잘 나가는 몇 개의 중앙지를 빼곤 상여금을 제대로 주는 신문사가 거의 없다. 삭감과 반납의 형식으로 수백%를 하루아침에 깎아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아예 0%로 만든 곳도 있다. 그러니 상여금을 받아본 적이 언제인가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상여금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학자금에도 불똥이 튀어 대학생과 고교생자녀에 주던 지원금이 뚝 끊겨버렸다. 대학생자녀를 둔 고참기자들은 새학기만 되면 등록금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룬다. '자식들 대학도 못 보내게 되었다' 라는 한 부장급 기자의 탄식이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젠 3D업종이 돼버린 직업. 한때는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그 어렵다는 언론고시를 당당히 합격했고, 기자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밤을 밝히던 대가가 고작 자녀교육도 제대로 못 시키는 것이라니…. 그런 열패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 기자들을 엄습한다.



그러면 날개 없이 추락하는 기자들의 사기를 올려줄 해법은 없을까.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걸까. 그건 아니다. 해법을 찾으면 분명 가까이에 있다. 그것은 바로 복지가 아닐까.



사느냐 죽느냐 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복지는 무슨 복지냐고 목소리를 높일 사람도 있겠지만 생존을 위한 노력과 함께 꼭 필요한 부분이다. 복지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학자금과 같은 유형의 것을 말할 수도 있고 기자들에 대한 칭찬이나 배려 같은 무형의 것을 말할 수도 있다.



사실 신문사의 복지수준은 형편이 없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과는 비교할 수도 없고 중소기업보다 낫다고 할 수도 없다.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렇게 신문사에서 복지란 사치스런 단어로 치부된다. 기자정신이란 허울좋은 명분아래 다른 모든 것을 버리도록 요구받아 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부턴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신문사 경영진은 경영난을 핑계로 구조조정이나 임금삭감과 같은 채찍만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돈을 안들이고도 기자들의 사기진작을 할 수 있는 ‘당근’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기자는 자존심을 먹고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노동강도는 늘어 몸은 고단해도, 옛날처럼 접대를 못 받아도, 모두가 부장 국장 논설위원을 할 수 없어도, 정년을 채울 때까지 근무할 수 없어도, 일하는 동안 조금만 자존심을 세워준다면 강요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일할 것이다.



그러면 신문의 질도 나아지고 신문사의 경영에도 플러스효과가 분명히 올 것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복지다. 신문사 경영진이 기자의 마음까지 챙겨주기 시작할 때 '희망의 씨앗'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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