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지방신문 사주들은 답하라

지방신문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거론되는 것이 광고수입 감소다. 경영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지방신문의 입장에서 경기침체와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은 솔직히 심각한 수준이다. 10년 전의 광고 단가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오히려 과당경쟁에 따라 내려간 광고단가는 회복될 줄 모르면서 경영난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기자들이야 정해진 임금을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적되는 경영악화가 결국에는 근로조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기자사회 또한 자유스러울 수 없다. 심지어 어려운 경영난에 따라 중앙지를 비롯 지방지들도 최근 들어 은근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경영진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은 모두가 우려할만한 현상이다.



회사의 존폐를 앞두고 제기되는 이 같은 사측의 분위기에 공개적으로 반박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면서 기자들의 어깨는 힘이 빠지고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올 임금협상이 마무리돼 가는 시점이지만 지방사마다 어려운 경영사정 등으로 임금인상폭이 소폭에 그치고 노조의 목소리가 작아진 것도 경영악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신문의 위기를 말하면서도 광고시장의 위축과 신문을 외면하는 독자에 대한 담론은 형성돼있지만, 정작 경영 책임자인 사주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다. 오히려 일부 사주들은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임금동결이나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방신문의 경영은 사주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신문의 위기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데도 오히려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사주가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거나,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신문사 중에 현재의 경영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러나 지방신문을 창간한 뒤 모기업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은 종종 들린다. 사주들이 신문의 경영 보다는 모기업의 방패막이로 만족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편집국 인사를 떡 주무르듯이 하면서 모기업 경영에는 도움을 받고 신문경영의 위기는 ‘나몰라라’ 뒷짐을 지고 있는 사주들이 있는 한 지방신문은 희망이 없다.



‘지방신문발전법’도 사주들이 이 같은 생각에 젖어 있다면 의미가 없다. 당장 사탕은 달콤할지 모른다. 하지만 녹아버린 뒤의 쓴맛이 남는 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방신문의 창간일이면 어김없이 제기됐던 회사의 ‘비전’ 제시도 어느 때부터인가 슬그머니 숨어 버렸고 사주들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는다. 어떻게 투자하고 어떤 식으로 취재조건을 높이겠다는 약속도 사라졌다. 결국 ‘사주는 현재의 위기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이거나 ‘경영정상화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주들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경영에 관심이 없거나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물러나라. 그리고 능력 있는 경영자에게 넘겨라. 아니면 지금이라도 전문경영인을 통해 경영위기를 진단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실천하라. 우리는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지방언론의 희망을 보고 싶다. 개혁의 물결 속에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기자들에게 이제 사주들이 무엇인가를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의 주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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