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한국 신문의 '희망봉'은 어디인가
인터넷의 보편화로 미디어융합(media convergence)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텔레비전은 PC와 합쳐지고 있다. 날로 변신하고 있는 첨단 통신기기는 인간의 오감 수준을 향해 발전을 거듭할 것이며 용량 증대는 가속화 할 것이다. 세계 최강의 IT강국답게 한국에서 위성DMB 사업이 본격화된다. 달리는 차안에서 산골오지의 텐트 안에서 파도를 가르는 요트 속에서도 수백 개의 방송채널이 휴대전화를 통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디지털TV를 통해선 쌍방향 정보가 오고간다.
그러면 오랜 기간 세상을 보는 창문의 역할을 했던 ‘올드미디어’ 신문은 어떠한가. 뉴미디어의 출몰 속에서 초라하다. 새로운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신문의 미래는 간단하다. 거듭나면 살고 구태의연하면 퇴출된다.
‘아침 식탁의 벗’이었던 한국 신문은 이미 단순한 이미지 퇴행 수준을 벗어났다. 한국언론재단이 실시하는 2004년도 수용자조사 결과 지난 1984년 49.3%였던 신문의 상대적 신뢰도는 20년만인 올해 16.1%로 추락했다. 너무나 급격한 신뢰성 상실이다. 반면 방송의 신뢰도는 같은 기간 동안 42.6%에서 62.2%로 급상승했다. 지난 2000년부터 조사하기 시작한 인터넷 신뢰도는 10.8%에서 16.3%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문의 신뢰도 하락은 구독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돈을 내고 신문을 정기 구독하는 비율은 지난 1998년 64.5%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조사결과에서는 48.3%로 떨어졌다. 특히 10대 20대 젊은 독자의 이탈현상이 심각하다. 몇몇 신문은 향후 생존여부가 불확실하다.
그러면 한국 신문은 희망을 상실했는가. 아예 노년 장년층만 구독하는 ‘늙은 매체’로만 자리매김할 것인가. 결코 아니다.
신문보다 이성적인 미디어는 인류 역사상 아직 없다. 수많은 부정적인 매체환경에도 불구하고 신문이 가진 미덕은 그 어떤 매체로도 쉽게 대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층성 일람성 휴대성 변별성에서 탁월한 매체인 신문은 사회 환경의 파수꾼으로서 제격이다. 지적인 신문이 비판자 감시자로서 존재를 인정받고 알 권리 보도할 권리를 갖는 것은 바로 분석적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지식상품인 신문이 ‘21세기 저널리즘’을 가시화 할 때 신문의 미래는 밝다. 21세기 저널리즘의 요체는 사실과 진실을 발굴하는 고민과 분석력이다. 21세기 정보 수용자가 진정 원하는 요구를 한국 신문이 자각하면 암울한 한국 신문시장은 다시 풍요로울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신문들의 보도행태는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정치권력과의 승부수에 집착하고 있다. 한국사회에 대한 시스템적 진단보다 뉴스의 숨결이 정치적 일진일퇴에 매달려 있다. 때때로 우리 사회를 보듬는 시선은 지나치게 자학적이다. 비판이 지나쳐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냉소와 비아냥을 부추기는 측면도 많다. 결과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수용자의 외면이며 ‘신뢰성 상품’으로서 신문에 대한 ‘왕따현상’이 미디어시장에서 벌어진다.
한국 신문은 깊어지고 훨씬 더 진지해져야 한다. 글 깨나 쓴다는 논객들은 자나깨나 모든 글의 결론이 권부의 리더십 탓이다. 비판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희망의 ‘미래설계사’로 다가와야 한다. 저널리즘의 총 본산으로 다시 인정받으려면 기획취재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사전 기획취재란 출입처 발표 문건에 매달려 오전에 발제하고 오후에 기사를 생산 완료해야 하는 현행 당일치기 취재보도 시스템을 탈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설사 보도시기가 타 미디어에 비해 늦어지더라도 사안 발생의 기승전결을 충분히 취재하여 튼실한 탐사보도물로 가공하는 것이 신문미디어의 제 갈 길이다. 조기 보도보다 심층 보도가 미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독특한 문제의식을 펼칠 때 신문의 저력이 살아난다. 이것이 부가가치를 키우고 매체 경쟁력 강화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기계적이고 도식화된 뉴스 제작행태를 바꿀 때가 됐다. 취재의 ‘내공’이 깃들지 않고 찍어내는 뉴스로는 떠나는 독자를 붙잡을 순 없다. 명징한 헤드라인 단순명쾌한 이미지, 가슴이 담긴 글로 구성된 정교한 신문 지면은 절로 젊은 독자를 끌어당긴다. 아름다운 글의 힘은 얼마나 위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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