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지방언론 사주부터 변해야 한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놓고 지역신문마다 시행령이 어떻게 마련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주들은 회사 간부들을 동원해 대책마련을 지시하고, 기자들은 기자들대로 소속사가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와 파장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언론개혁입법의 틀을 놓고 당파적 이익에 따라 ‘언론사 소유지분제한’과 ‘신문고시의 엄격한 적용’ 등에 관심을 갖는 서울 못지 않게 지역의 분위기는 치열하다. 지원규모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탈락’ 그 자체가 생존여부로 직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이 같은 위기감 속에서 지역신문들은 그 속내야 어떻든 외형적으로는 공정보도위원회 구성이나 상급단체 가입 등으로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인천일보의 자기혁신은 주목된다. 지원을 받기 위해 위로부터 ‘기획된 변화’가 아니라 노조를 비롯한 전 직원이 장기적인 투쟁 속에 얻어낸 성과로 사장이 퇴진하고, 감자를 통한 경영합리화의 기틀을 갖춘데다 인적 쇄신까지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시민주 도입과 편집권 독립, 시민편집위원회 활성화 등 지역 언론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개혁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 속에도 지방언론 대부분은 변하지 않고 있으며,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신문사는 기자 경험이 없는데도 사주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편집국장으로 임명, 지역의 시민단체로부터 맹비난을 받은 뒤 2개월도 안돼 본연의 업무(?)로 복귀시켰다. 그러나 그 신문사의 후임 편집국장 임명에 대해서도 지역시민단체들과 언론인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본사 출신을 임명하는 일반적인 관행까지 깨고 주재기자를 편집국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주재기자라고 편집국장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본사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사주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사주가 자신의 입맛에 따라 편집국장은 물론 신문사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2개월 사이에 다 보여준 셈이다.
만일 지역신문 사주 대부분이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두고 ‘독버섯에 거름을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주의 의식과 관행이 전혀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특정 지역에서 6개월이 멀다하고 일간신문이창간되고 폐간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것도 신문사주가 누리는 비정상적인 권력이 적지 않은데다, 신문사 조직을 개인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비롯된다. 또 지역신문 사주의 대부분이 건설회사 사장, 위락시설 운영자 등인 것도 ‘정론직필’이니 ‘지역문화창달’이라는 구호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편집국장은 물론 기자까지 사주가 마음대로 결정하면서 지역신문에는 구멍가게 주인과 부동산중개업자가 어느 날 갑자기 기자가 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또 이런 신문사의 대부분은 가장 기본적 조직인 노동조합도 결성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지역언론 사주의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이 시점에서 다시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 전분야가 분권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지역언론만은 오히려 더욱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역신문 사주들의 의식변화가 없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고 지역신문을 사업체의 보호막이나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언론사주들은 더 이상 언론인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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