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주 5일제' 준비 서둘러야 할 때
오는 7월부터 주5일제가 도입될 예정이지만 언론사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기대와 희망 보다 우려와 자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경기 불황 여파로 광고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대부분 언론사가 적자 운영에 허덕이는 상황과 언론사 경영진의 준비 소홀로 미뤄볼 때 주5일제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부정적 전망부터 앞서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언론사주들이 경영 논리를 내세워 대량 해고와 임금 삭감을 감행할 가능성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주5일제를 논의하는 자체가 사치스럽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경영난 악화로 부도 위기에 몰린 언론사가 속출하고 있는 데다, 그로 인해 정든 직장을 떠나거나 아예 직업 자체를 바꾸는 언론 노동자가 늘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개별 노동자의 주노동 시간을 4시간 줄이려면 10%의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하고, 아울러 충분한 예산 확보도 필수적이기 때문에 객관적 상황이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불행하게도 주5일제를 위해 필요한 인력을 충원했다거나 예산을 마련했다는 언론사는 현재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주5일 근무제 시행 시기를 근로자 1000명 이상의 대기업, 금융보험업, 공공부문을 올 7월로 규정하고 있으며, 기업 규모에 따라 1년 단위로 2008년까지 순차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근로자 20인 미만 기업은 2011년까지 대통령령으로 도입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주5일제가 경기 사정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회사경영 사정과 간부 개개인들의 노동관에 의해 좌우될 성질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현재 우리의 현실을 뒤돌아보면 한국의 언론 노동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 강도와 유례 없는 무한 경쟁, 엉성한 근무 시스템 등으로 열악하기 짝이 없는 근무 여건에 처해 있다.
남들 다 찾아 먹는 주말과 공휴일은 고사하고 법정 휴가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 노동자가 여가 선용이니 삶의 재충전이니 하는 말은 머나먼 남의 나라 구호로만 들릴 뿐이다.
언제부턴가 관행처럼 여겨졌던 어린이날과 신문의 날 휴일도 기약할 수 없어 모처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
불규칙한 생활과 쌓이는 스트레스로 언론 노동자들의 건강이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지만 정작 1년에 한번 형식적인 건강 검진을 실시하는 것말고 병원문턱도 여전히 높기만 하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언론사의 주5일 근무가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각 언론사 노동조합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노사 임단협에서 주5일제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단순히 짚고 넘어가는 수준이 아닌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절대절명의 과제다.
더구나 지난해 일부 대기업 노조가 연월차 휴가 등의 제도를 개선하지 않은 채 근로시간만을 단축한 사례를 공기업 및 산하단체 노조가 준용하지 못하도록 감시와 견제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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