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총선 이후 우리 언론은

역시 우리 국민은 지혜로웠다. 17대 총선 결과는 대한민국의 주인이 소수의 기득권층이 아니라 공동체를 함께 꾸려 가는 국민전체라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줬다. 국민들은 보수라는 기치 아래 기득권 계층의 이익을 지키는 데 안간힘을 다해 온 정파를 심판하는 한편 노동자 농민을 대변하는 정당을 제3당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여권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야권에 남겨줌으로써 정치적인 균형을 절묘하게 이뤄냈다.

앞으로 우리 언론은 국민들이 만들어낸 이 아름다운 균형이 역사 발전의 디딤돌이 되도록 하는 데 일조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요 언론은 자타칭 보수주의 지식인 이문열씨가 텔레비전에 나와 고백한 것처럼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가 이제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 인정은 한 신문이 대표 논객의 칼럼을 통해 ‘졌지만 지지 않았다’고 강변한 것처럼 편가르기를 통해 자기편을 위로하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선거과정에서 한나라당을 두둔한다는 의혹을 받은 주요 언론은 이 기회에 우리사회의 개혁 열기를 분명히 인정하는 바탕에서 자기 정체성을 재정립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이는 이른바 보수 신문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이번 총선 보도에서 어떤 방송사는 특정 신문이 여당 흠집내기에만 골몰한다며 그 신문을 공격하는 데 선거보도의 일부를 할애했다. 이는 부패한 정치권력에 기생해 온 신문권력을 개혁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로 인해 불거진 일부 방송과 신문의 격렬한 공방전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연상케 했다. 이 과정에서 전쟁의 최전선에 섰던 기자들은 상대편의 집중포화에 만신창이가 됐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동료로서 참담한 심정이었다.

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해당 언론사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고, 과연 어떤 것이 언론으로서 이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 자성해야 할 것이다. 언론 매체들끼리 동업자 의식을 가지고 서로의 치부를 봐 주는 시대는 분명 지났다. 그러나 각 언론이 저 잘났다고 떠들어대며 동료들에게 총질을 해 대면 결국 이 나라 언론동네 전체가 황량한 전쟁터로 변할 것이다. 전쟁은 선정성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만, 결국 이기는 자와 지는 자, 그리고 지켜보는 자의 가슴에 모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우리 언론은 이 지점을 미리 내다보고 상생하는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 걱정하는 것은 상생의 논리가 우리 사회에선 사죄하고 반성해야 할 자들의 면죄부로 악용되는 점이다. 변혁해야 산다는 시대적 명제에서 언론이 예외일 수 없다. 이제라도 친일, 독재권력에 부역한 것에 대한 명백한 사실규명과 반성, 사죄를 통한 과거청산이 이뤄져야 한다. 혐의를 받고 있는 언론사들은 이번 기회에 말끔히 털고 가야 한다.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삼 강조하는 것은 법, 제도를 통한 언론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기간행물법의 개정,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송산업 전반의 균형 발전을 위한 관련법의 개정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이것들이 국회에서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언론이 여론 형성과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의 주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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