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행사였는지 이제 분명해졌다."
동아자유언론실천수호투쟁위원회(위원장 성유보·동투)의 한 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25년 만에 역사의 현장인 광화문 사옥에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행사를 갖겠다는 갑작스런 초청장에 의아했으나 25·26일자 동아일보 지면을 본 뒤 '결국 그렇군' 하고 말았다.
동투의 공식 입장에 따라 광화문 사옥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아일보의 진의가 궁금했다. 그러나 "1면에서 7면까지 대대적으로 '10·24' 보도를 하면서도 정작 동투와 언론 3단체가 주최한 25일 기념식을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는 것을 보니 역시 동아일보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인사는 "자화자찬하지 않겠다던 동아일보 후배 기자들의 약속이 거짓으로 판명된 현실이 무엇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화해의 신호탄' '선배들에 대한 속죄'를 내세웠던 동아일보 행사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기자와 만난 김병관 회장이 이 의문을 풀어주었다. 김 회장은 "중앙일보 사태를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태와 동일시하는 중앙일보 권영빈 칼럼을 읽고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에서 (동아투위) 시리즈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동투와 과거사를 풀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도 "동아일보가 당시 기자들을 강제 해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동투는 올 기념식을 준비하면서 유난히 신경을 썼다. 선언 25주년일 뿐만 아니라 20세기의 마지막 기념식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동투는 이제 10·24의 정신을 모든 언론계 후배들에게 물려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특히 이어받기를 바란 기자들은 당연히 동아일보 후배들일 것이다. 결국 10·24는 미해결인 채로 새천년으로 넘어갔다.
김 일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