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탄핵보도를 놓고 우리 언론들이 벌이는 대립과 반목의 수위가 ‘상식의 비등점’을 넘나들기 때문일 것이다.
여론의 향배를 좌우하는 언론이 이러하니 사회 전체가 여러 갈래로 쪼개져 서로 갈등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금 언론은 우리 사회가 ‘친노·반노’ 혹은 ‘민주·반민주’의 싸움으로 갈수록 분열되고 대립돼 가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서로 ‘네 탓’이라며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신문과 방송이 서로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같은 신문끼리도 보수의 입장을 두둔하는 신문이 있는가 하면, 진보성향의 신문들은 이에 맞서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팩트에 근거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면 수용 못할 것도 없겠지만 소속사의 당파적 입장을 기본으로 해서 ‘감정’이란 양념까지 섞어가며 상대방을 힐난하는 쪽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한 방송은 지난 20일 ‘조선·동아일보는 언론이 아니라 사익추구집단’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탄핵방송의 공정성 시비와 관련,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방송사를 항의 방문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의 방송 때리기는 사익추구집단이 국내 여론을 대변하는 언론(방송)을 흔드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도 지난 19일 조선·동아 등을 인용하며 ‘요즘 신문을 보는 사람들 중 거의 미칠 지경일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방송사들이 보수신문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보수신문들이 먼저 방송사들의 탄핵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설 등을 연속적으로 실었기 때문이다. 보수신문들은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12일 이후 지속적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KBS와 MBC에 대한 항의방문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지면을 통해 공영방송들의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신문매체인 보수신문과 진보 성향 신문들간의 갈등도 그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한 진보적 신문은 사설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자성의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되레 언론의 탓으로 돌린다면 여론은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조선·중앙·동아도 방송의 편파보도를 따지기 전에 자신들의 보도자세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언론이 저마다 다양한 의견을 자유로이 여론시장에 내놓고공개적인 자동조정작용의 과정을 거쳐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주는 하나의 골격이다. 따라서 자신과 견해나 입장이 다르다고 탓할 수는 분명 없다.
하지만 탄핵정국 이후 각 언론사들이 본연의 역할인 진실보도와는 거리가 있는, 자사이기주의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정보상품을 여론시장에 내놔 갈등만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신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 언론이 계층별 연령별 지역별로 편을 가르도록 부추겨 ‘두개의 한국’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이 제 역할을 소홀히 하면 사회는 나아갈 방향을 잃고 방황하게 되며, 그 후유증은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고통으로 되돌아온다.
언론이 네 탓만을 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파행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는 동안 독자나 시청자들은 등을 돌리게 된다. 새삼스럽지만 지금 우리 언론은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국민들은 지금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내 탓이요’를 먼저 외치는 용기있는 언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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