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펄펄뛰는 현장의 숨결을 담아내라
자부심보다 자괴감에 빠져있는 기자사회. 과연 한국기자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자사 이기주의와 파편화에 시들고 마는가. 시대의 대변환기에 선 한국사회가 전환의 향방을 쉬이 찾지 못하고 헤맬 때 한국기자협회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지난 10일 한국기자협회 제39차 전국대의원대회 회장선거에서 이상기 현 회장이 제39대 회장으로 재선출됐다. 전국 각 언론사를 대표하는 참석 대의원의 과반수를 넘는 지지를 얻어 이 회장은 새 임기 2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기자신문’임을 자임하는 본보는 연임 회장의 새 다짐을 주목하고 격려하면서 한국 기자사회를 대변하는 기자협회의 향후 나아갈 바를 촉구하고자 한다.
첫째, 기자협회는 단순한 이익단체가 아니다. 전문인으로서 자기 영역만을 지키는 보수적 친목단체는 더더욱 아니다. 기협은 현역 저널리스트를 중심으로 한 언론 유관단체 중 최대규모 최고역량의 핵심체이며 펄펄 살아 움직여야 할 운동체이다. 이때 기협의 핵심 역량과 운동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오늘도 이 사회를 누비고 있는 수천 명 현장기자들의 땀방울이며 기획능력이다.
현장의 숨결을 담아내지 못하는 기협이라면 1964년 언론윤리위원회법 파동에 맞서 싸우며 최초의 현역 기자단체로서 기협을 세운 선배들의 얼과 숭고함을 배반하는 것이다. 기협의 운동성이란 단순한 대응 성명서 낭독이 아니라 겨레의 변혁기에 걸맞는 중심 화두를 선도적으로 창출하여 기자 회원들의 아젠다로 자리잡게 하는 침투력이다. 미디어환경은 급변하여 산업적으로 분화를 거듭하고 팽창하는 다채널 다매체 시장은 재래식 언론시장논리로 이미 재량 가능하지 않다. 이때 기협은 언론산업의 미래를 정확히 조망하여 나무 틈에서 현장취재에 열심인 언론일꾼들에게 ‘숲의 청사진’을 그려주고 미래의 생태계를 가늠하도록 신호해 줘야 한다. 기협은 회장단, 상임분과위, 지역 시도지부를 시급하게 대안제시와 기획능력 위주로 운용해야 할 것이다. 변화와 혁신의 구체성은 느슨한 타성 속에선 생산되지 않는다.
둘째, 냉각된 기자사회를 뜨겁게 달구라. 정보공급자들의 콧대는 나날이 높아만 가고 우리 정보추적자의 역량은 날로 열악해지고 있다. 자사매체 위주의 매출지상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자는 이 땅에 없다. 기협이 이 거센 자본의 격랑에 경종을 울리지 않는다면 누가 종을 울릴 것인가.
기자협회가저널리스트들의 중심 집합체가 되고 공론의 사랑방 역할을 제대로 해주어야 역동적 일꾼들의 담론이 만발하게 될 것이다. 이는 주 1회 발간하는 오프라인 협회보뿐만 아니라 인터넷 온라인상에서도 한시바삐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 사항이다. 기협의 온라인마당을 재정비해야 한다. 기존 콘텐츠로는 점증하는 회원들의 불만과 냉소를 해소하지 못한다. 이대로 가면 자칫 폐쇄성으로 오인 받기 십상이다. 업데이트가 원활하며 전국의 모든 회원들의 숨결과 맥박을 전파해줄 기협 홈페이지의 새 기동력을 갖추라.
재선출된 이상기 회장은 뉴스통신진흥법 지방신문발전지원법 제정 노력, 언론인 연수확대, 동아시아기자포럼 개최 ,남북기자 교류추진 등 지난 임기동안 정력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바 있다. 그는 늘 기자사회의 ‘상머슴’으로 자처하며 올곧게 나아갔다. 아마 이번 대의원들의 큰 지지는 지난 2년간의 씨뿌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결실을 향한 싹을 틔워보라는 지도편달일 것이다.
한국기자협회 ‘이상기집행부'의 변신을 기대한다. 안으로부터의 자기 혁신을 가시화하고 밖으로부터의 무관심과 방관을 겨울날 함께 동감하고 어깨 다독이는 서설(瑞雪)로 만들기 바란다. 휘청거리는 한국사회에서 그 ‘현장지킴이’ 한국 기자사회마저 흔들리면 어찌하란 말인가. 기협이 아우르고 곧추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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