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가 ‘촌지 안 받기 운동’ 등 자정운동을 본격화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언론 스스로의 개혁이라기보다는 시민사회 운동의 급격한 발전의 힘에 떼밀려 시작된 운동이지만 자정운동이 십 수년 동안 계속되면서 언론계도 많이 맑아졌다. 은밀하게 오가는 촌지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공공연하게 주고받던 촌지는 사라졌다.
그 동안 세상도 참 많이 바뀌었다. 대통령의 최 측근이, 당선 직후부터 검은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젊고 도덕적으로도 잘 무장됐다던 다른 측근은 지인으로부터 자동차를 무상으로 받은 사실이 구설수에 올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공직자들을 상대로 한 접대는 3만 원 이하로 제한됐고 가능한 선물의 액수와 대상도 엄격히 정해졌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기자협회보에서 지난 호와 이번 호 두 차례에 걸쳐 제기한 골프 접대와 스폰서 문제를 언론인들이 스스로의 반성을 거쳐 고쳐나가야 할 때다. 사실 지금 상황은 1980년대 후반 외부의 힘으로 자정운동이 시작될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에도 역시 시민사회가 앞서 나가고 있다. 도덕적으로 선도적이어야 할 언론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콤한 관행’에 취해 앞으로 나가길 망설이고 있다.
언론계 경력이 겨우 5년 남짓한 기자들이 취재원들을 동원해 소속 부장이나 선배들에게 골프 접대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거기에 선배들은 보란 듯이 스폰서들을 대동해 질펀한 술자리를 벌이고 있다.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간 셈이다.
운동으로서의 골프, 혹은 취재에 필요해서 치는 골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언론계에 만연한 골프 바람은 정도를 넘어섰다. 병에 비유하면 중병이다. 특히 젊은 기자들까지 속속 중환자실로 들어서고 있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스폰서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이 ‘써 주고’ 그 대가로 ‘접대를 받는’ 잘못된 문화에 서 비롯된, 그래서 이제는 고쳐야 한다는 사실, 한 번만 돌이켜보면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3만원 이상의 접대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공직자 윤리규정이 왜 생겼겠는가 반문해보면 금방 답이 나오는 일이다. 기자들이 버젓이 3만 원, 아니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의 접대를 받으면서 윤리규정을 어긴 공직자를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각 언론사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부장급, 차장급 기자들은 1980년대 후반언론계가 부끄러운 자정운동을 벌일 당시 누구보다도 현실을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청년 기자들이었다. 어느덧 데스크가 된 그 청년 기자들은 이제 다시 거울 앞에 서야 한다. 백만원 단위를 넘나드는 골프 접대와 스폰서의 술자리는 과연 촌지가 아닌지 거울 앞에서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거울 속 청년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답은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한마디 덧붙일 지도 모르겠다.
“촌지를 거부해야 기자들이 당당해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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