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개방과 통합브리핑제 실시를 골자로 한 참여 정부의 언론 정책이 도입된 지 10개월 째 접어들었으나 언론 환경이 크게 개선됐거나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취재 여건이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기자와 취재원간의 관계를 비롯 취재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고 갈팡질팡하는 와중에 크고 작은 오보사태까지 속출하고 있다.
물론 오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기자에게 있다.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 언론사간 경쟁시스템도 오보를 쏟아내는 한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 언론계에서는 언론 스스로 오보를 만들어내는 오류 못지 않게 그러한 취재 환경을 조성한 새 정부의 언론 정책도 문제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우선 정부 부처가 실시중인 ‘브리핑’이 부정기적인데다 내용 역시 자체 심의과정을 통해 ‘걸러낼 것은 걸러낸 만큼’ 실제 기사작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브리핑제도만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내용과 대상에 한계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정부 당국자들이 수시로 비보도를 전제로 취재진에게 배경 설명을 해주고 있으나 아직 국내 언론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비보도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던 관행도 언론 스스로 우선적으로 정리해야 할 부분이다.
참여 정부 들어 일선 기자들이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당국자를 면담하거나 전화 취재를 원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접근이 제대로 이뤄졌다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취재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대부분 일선 기자들은 “다수 공무원들의 업무 공간을 침범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접근이라도 보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수년째 진행되고 있는 북핵 사태로 한반도 주변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는 상황에서 국익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들을 정부 당국자 대신 주한 외교사절단을 통해 간접 확인하고 있다는 외교 안보분야 기자들의 하소연에는 할말을 잃고 만다.
정부의 각 부처 책임자는 ‘부실한 정보와 부자유스런 취재원에 대한 접근’이 결국 부정확한 보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 행정과 관련해 잘못된 보도가 나갈 경우 독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언론사도 타격을 입지만 정부역시 국가정책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데 따른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더욱이 이라크 파병문제, 북핵 파동, 재신임 투표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정확한 진상을 알 수 없어 극도의 혼란에 빠진 상태다.
이제 정부와 언론은 감정적 대응 대신 그야말로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상생의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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