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흔히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낮추어 부르는 말들이 있다. 기자(棄者·버려진 자), 기자(飢者·굶어죽는 자), 기자(妓者·기생같은 자), 기자(奇者·이상한 자), 기자(忌者·피해야 할 자), 기자(旗者·깃발만 들고 다니는 자), 기자(技者·기사를 만드는 기술자) 등등이 그것이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언론 통폐합과 언론인 강제해직, 언론기본법 제정 등으로 언론을 장악했던 1983년 2월 한국일보 기자였던 김주언(현 언론재단 이사)씨가 ‘기자협회보’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기자들의 모습은 어떨까?
기자협회에서 시상하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을 놓고 현재 한국언론의 분열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한국기자의 자화상은 부끄럽다.
논란의 발단은 제153회 이달의 기자상에서 ‘지금은 노조시대’가 신문통신 기획보도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나면서부터. 이 시리즈는 근소한 표차로 선정되면서 심사과정부터 논란을 야기했다.
“재계의 편향된 시각으로 노동운동을 왜곡 묘사했다”는 노동계의 항의를 받아온 중앙일보 시리즈의 수상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이 항의성명을 발표하고 시상식장에서 침묵시위를 강행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기자협회보는 취재기자의 칼럼을 통해 언론중재위에 올라가 해당노조의 반론문을 게재하는 등 논란을 일으킨 기사에 대한 수상에 유감을 표했고 기자협회는 시상식 다음날 “언론개혁의 지난한 길을 함께 가야할 많은 분들에게 큰 우려와 심려를 안겨드린 점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인터넷홈페이지(www.journalist.or.kr)에 게재했다.
언론계에는 언론노조도, MBC미디어비평도, 인터넷언론도, 기자협회도,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단도, 중앙일보 기자도 모두 포함된다. 우리 모두 기자이기 때문에 언론노동자도 됐고 방송기자도 됐고 기자협회 회원이 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사회의 많은 사안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소수’에 의해 판가름나는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 서 있다. 51%의 다수가 49%의 소수를 지배하는 것이 한국 언론계의 현실인 것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했던가? 좋은 기자란 그렇게 서로 다른 이해관계의 대립과 상호 모순되는 견해의 충돌 속에서 논란의 피를 먹고 자라는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런 기자를 격려하고 키워내기 위해만들어진 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은 이제 13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달의 기자상’은 기자 모두가 스스로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한국 기자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기자정신이란 ‘모욕감’ 때문에 스스로 훼손하고 부정해야 하는 ‘무엇’도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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