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다시 봐도 이건 무죄다!

대전 법조비리를 보도한 4명의 기자들에게 실형과 사회봉사명령까지 포함된 유죄 판결이 나온 지도 열흘이 더 지났다. 당사자격인 대전 MBC는 물론이고 많은 언론 관련 단체들이 이번 판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판결은 그 속성대로 굳건하다.

우리는 유죄 판결을 내린 한 젊은 판사의 고충이 충분히 깊었을 것으로 이해한다. 우리 사회가 재판관의 직무를 맡길 정도로, 그는 충분한 재능을 갖추었을 테고 사려 또한 깊을 것으로 믿는다. 유죄 판결은 물론이고, 실형을 선고하고, 또 기자들에게 굳이 사회봉사명령까지 내린 데에는 나름의 이유와 법리 적용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나 법원 측이 내놓은 판결의 요지와 보도자료를 보고 또 보고, 아무리 뜯어봐도 왜 이들 4명의 기자가 유죄인 지, 열흘이 지난 지금도 선뜻 납득할 수가 없다.

“비밀 장부에는 전현직 판검사도 사건을 알선해 준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 리포트의 경우 ‘알선’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됐다. 단어 선택한 걸로 미루어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아마 “판검사가 친지들에게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표현을 원했을까? 그러나 사건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소개든 알선이든 그 속에는 전관예우의 음험한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법원이 문제 삼았던 ‘알선’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일을 잘 되도록 주선하여 주는 일”이다.)

법원은 또 법원 일반직이나 경찰관은 사건 알선 수수료를 받았지만 판검사는 받았다는 증거가 없으니 관련 보도가 유죄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수사 결과 판검사들은 사건 소개 수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사건 소개 전후에 받았던 술자리, 향응, 전별금, 떡값은 무엇인가? 요즘 법원이 흔히 쓰는 표현을 빌리면 ‘포괄적 뇌물’이다. 그게 국민들의 판단이고 언론의 잣대다. 또 이종기 변호사의 비밀장부에 전현직 판검사들의 명단과 일부 돈 단위까지 적혀 있었다. 이런데도 언론이 의혹조차 제기하지 못한다면 그게 오히려 정도가 아니다.

백번 양보한다 해도 형량은 지나치다. 사회봉사명령이라니? 무슨 파렴치범인가?

마지막으로, 대전 법조비리로 인해 이종기 변호사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 말은 틀렸다. 이 변호사가 상당 부분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대전 법조비리 보도로 명예가 훼손된 것은 이 변호사가 아니라 전체법조인이다. 그리고 그 법조인들의 명예는 그렇게 파헤쳐지고 철저히 훼손됨으로써 요즘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판사들이 진정 이 말뜻을 이해한다면, 이번 판결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것으로 본다.

어찌 됐든 1심 결과는 나왔다. 이제 2심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판결은 스스로 굳건하고자 하는 속성이 있지만, 그 역시 사람이 내리는 것. 얼마든지 잘못될 수 있다. 그리고, 오랜 고뇌 끝에 나온 판결이겠지만, 이 판결은 매우 잘못됐다.

대전 법조비리 보도는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결국 자정 노력까지 이르게 한 훌륭한 보도다. 그런 일을 한 기자들이 설혹 보도 과정에서 작은 잘못이 있다고 한들 이들에게 유죄의 멍에를 씌우지는 말아야 한다. 2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란다. 우리의 주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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