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이사장 해임에 권익위·방통위·검찰 달려든 현실 끔찍"
유시춘 이사장실 압수수색 관련, 공영방송 3사 이사 14인 공동기자회견
유 이사장 "청탁금지법 어긴 적 없어... 부당한 수사 진실 밝힐 것"
검찰이 4월30일 유시춘 EBS 이사장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KBS·MBC·EBS 공영방송 3사 이사들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 말살 폭거”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3사 이사회 야권 측 이사 14인은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 탄압과 장악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 수사 의뢰를 받아 유시춘 이사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및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은 4월30일 EBS에 있는 유시춘 이사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EBS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진 건 EBS 창사 이래 처음이다. 검찰은 유 이사장의 자택과 휴대전화까지 압수수색하려고 했으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3사 이사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검찰이 압수한 것은 이사장의 일정표와 자체감사자료, 법인카드 영수증으로 굳이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입수 가능한 자료들이었다”면서 “그럼에도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를 동원한 것이 윤석열 검찰의 현주소”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로 시작된 유시춘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문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해임 및 환수 절차 진행, 검찰 수사, 자체감사 등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이 문제 하나로 권익위, 방통위, 검찰 등 국가기관이 모두 달려드는 모습은 정권의 방송장악 공작이 얼마나 집요하고 끔찍한지 짐작케 한다”고 밝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언론장악’ 생각 전혀 없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 아침 EBS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공영방송 탄압시도를 강력히 반대하고 규탄한다”면서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해체하여 ‘정권이 주인인 공영방송’으로 만들어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려는 모든 시도들에 대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시춘 이사장은 “공권력의 부질없는 낭비를 멈춰달라”고 했다. 그는 “청탁금지법을 어긴 적도, (업무추진비를) 사적 유용한 적도 없다”면서 “참담한 마음 그지없지만, 권익위와 방통위, 검찰이 진행하는 저에 대한 부당한 수사에 대해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경이 가르치기를 권력은 눈 위에 새긴 발자국과 같다고 했는데, 검찰은 권력을 바위 위에 새긴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며 “돌아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4일 유시춘 이사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권익위는 유 이사장이 주말 등 휴일이나 원거리 지역에서 부정하게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1700만원 상당에 달하고, 언론인 등에게 3만원이 넘는 식사를 접대하는 등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사례가 50여건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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