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두루치기라고 하면 제육이나 오징어가 들어간 음식을 떠올린다. 대전이 고향인 나에겐 사실 두부로 만든 두루치기가 익숙하다. 고춧가루와 다진마늘, 멸치다시마 육수 등을 넣은 양념장에 두부와 버섯을 넣은 ‘짜글이’같은 음식이다. 두부를 어느 정도 먹고 나서 칼국수 사리와 쑥갓을 추가해 먹어야 비로소 대전의 대표음식인 두부두루치기를 먹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찾기 힘들었던 두부두루치기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찾았다. 바로 청계산으로 등산을 갔다가 해물파전에 막걸리를 곁들이러 갔던 ‘리숨두부’다. 청계산 등산로 초입에 있는 리숨두부는 사실 등산객이 많이 찾는 두부 전문점이다. 주말 아침 일찍 등산한 덕분에 대기 없이 식당에 들어설 수 있었지만 12시쯤 되자 대기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리숨두부는 매일 직접 두부를 만든다. 두부에 달큰한 서리태와 고소한 백태를 넣어 만든다.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아 유통기한이 짧지만 상관없다. 그냥 그 자리에서 두부 한모를 다 먹어도 물리지 않을 정도로 담백하고 깔끔하기 때문이다.
두부두루치기를 떠올리게 하는 메뉴는 ‘짜박두부’다. 다소 아쉬운 작명이지만, 그 맛은 고향을 떠올리게 했다. 칼국수 사리는 메뉴엔 없지만 요청하면 넣을 수 있으니 꼭 추가하기를 추천한다. 이외에도 콩탕, 콩국수, 두부김치 등 다양한 두부요리와 해물파전, 육전, 굴전 등도 판매하고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씨에 짜박두부만 먹기엔 다소 아쉬워 해물파전도 주문했다. 사각피자처럼 커팅한 해물파전은 오징어와 새우 등 해물토핑이 아낌없이 뿌려져 있다. 노릇노릇 구워진 파전을 한입 먹자, 들리는 바스락 소리는 ‘ASMR’을 떠올리게 한다.
길고 지겹던 장마철이 지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더운 날씨에 입맛도 떨어진다. 고기를 먹자니 소화가 안 되고 더부룩한 느낌이 든다면 가벼운 두부요리는 어떨까.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email protected](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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