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며] 사세과시

조선일보는 '다시 일어서는 이웃에 사랑의 손을 내밉시다'란 눈물샘 자극 구호로 한달간 총 69억여 원의 수재의연금을 모금했다. 거금 1억 원을 '임직원' 명의 성금을 내놓으며 경쟁사들을 깜짝 놀라게 한 '불경죄'로 동아일보 '어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자랑스럽다. 어찌됐건 수재의연금 총액 454억여 원의 1/6에 달하는 금액을 모았으니. '타지 압도', '독자들의 신뢰와 영향력 반영'의 자화자찬을 참을 수 없다. 2~3개 면씩 할애해 대대적으로 여론을 주도한 보람이 생긴다. IMF 첫해인 지난해에 총 683억여 원이 모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지만 그게 어디 신문사 책임인가? 전국재해대책협의회(회장 방상훈)가 신문협회(회장 방상훈)에 요청해서 조선일보(사장 방상훈)는 일등 신문으로서 제몫을 다했을 뿐인데.



중앙일보는 오는 12일 개최하는 '서울하프마라톤' 참가자 명단을 연일 싣고 있다. 정치인, 연예인, 기업 단체 참가자 등은 제2 사회면에 사진까지 넣는다. 지난 31일 열린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에서 "지면은 독자의 관심도에 따라 제작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중앙일보는 "지적에 일리가 있지만 많은 참여를 유도해 국제 마라톤대회로 키우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동아·조선에서 다 하는 국제마라톤이 중앙일보에만 없잖아?



'비탄의 땅 터키를 도웁시다'의 동아일보는 5000만 원을 기탁하는 솔선수범을 보이며 의연금 모집에 한창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는 '민간 외교'를 칭송하는 뜻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각각 '금일봉'과 '성금'을 동아일보에 전달했다. 봐! 한 건했지? 김 일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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