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언론개혁에 대한 요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편파·왜곡 보도를 일삼는 족벌언론의 폐해에 관한 것 뿐만이 아니다. 민심의 변화는 읽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에 천착해 있는 우리 언론에 대한 총체적 질타의 목소리다. 한 걸음 앞으로 더 나아간 2003년, 언론개혁을 다시 부르짖는 것은 우리 언론의 후진성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구조의 특성상 언론개혁 없이 정치와 사회의 개혁과 발전을 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언론개혁은 이제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됐다.
우리는 국민의 정부가 추진했던 언론사 세무조사와 공정위를 통한 과징금 부과는 진정한 언론개혁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 순수성 논란 때문이나 일부 언론의 역공에 밀려 미완에 그쳤기 때문도 아니다. 수십 년간 방치해뒀던 언론의 부정과 부조리, 다시 말해 정부의 직무유기를 바로 잡는 시도에 불과했을 뿐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간 족벌언론들이 방어수단으로 삼았던 `자율개혁’은 민의를 호도하는 허구임이 여러 차례 증명됐다. 신문협회에 맡겨진 과다경품 징계문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구조상 `제살깍기’에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따라서 이제는 자율과 타율이 복합된 언론개혁에 착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수구언론의 탄압논리를 대변했던 일부 교수들도 야누스적인 그들의 `내피’를 들여다볼 때가 됐다. 노무현 정부 역시 타협과 적당주의가 역풍을 불러, 언론개혁을 망치고 나아가 모든 국정개혁 프로그램을 만신창이로 만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언론개혁의 목표는 사주의 이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언론, 왜곡과 굴절을 반성하고 거듭나는 언론, 기자의 자율성과 양심이 지켜지는 환경이 조성되는 언론, 아날로그시대에서 정보화시대에 맞는 언론으로 탈바꿈하는 것 등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사회 각계의 공감대 형성과 역할분담도 당연한 절차이다. 새 정부 출범을 비웃듯 여전히 골목골목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자전거신문’을 보았는가. 이렇듯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질서한 언론시장 질서를 바로 잡고 언론산업이 현대화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아울러 사실상 정부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방송위원장 및 방송위원, MBC, KBS 등의 최고경영진에 개혁·책임·과단성이있는 인사를 임명해 국민의 개혁요구를 실천해야 한다.
정치권도 언론개혁을 더 이상 정쟁 수단으로 삼지 말고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바탕으로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과 편집·편성권 독립, 방송의 공영성 강화, 인터넷언론 육성, 방송과 통신의 접점해소, 신문배달시장의 현대화 등 입법과제들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개혁대상이자 주체인 언론사들의 자세다. 개혁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곳도 있겠으나 그것은 사필귀정이라는 점에서 보다 대승적인 태도로 거듭남에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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