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신문, 방송은 지면과 화면을 통해 이번 대선과정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것을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그동안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유착이 얼마나 큰 폐해를 끼쳤는가를 경험한 국민들로서는 이러한 선언을 언론 바로서기 차원에서 크게 환영했다. 특히 역대 대선에서 특정후보 편들기에 적극적이었던 언론들도 이러한 반성과 재발방지 다짐 대열에 동참하고 나서 우리 언론의 새로운 발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운동 중반을 넘어선 현 시점에서 우리 언론의 대선보도를 점검해볼 때 우리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러한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교묘하게 특정후보 편들기 보도를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편들기의 첫 번째 형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일방적인 폭로나 주장을 검증없이 대서특필하는 ‘카더라'식 보도다. 한나라당이 주장한 국정원 도청설이나 노무현 후보의 땅 투기 의혹 보도를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이 한나라당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기하듯 지면에 대거 할애한 것이 그것이다. 단순한 전달자를 가장해 상대후보를 흠집내는 것은 속보이는 편파보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선거운동 전략상 네거티브 폭로전을 중단한 이후 이러한 의혹 보도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또 양적이고 표면적인 형평보도를 가장한 채 실질적으로는 차별하고 특정후보를 편드는 편파보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사의 길이나 양에 있어서는 후보들간의 균형을 맞추면서 내용에 있어서는 제목달기 등 교묘한 편집기술 등을 이용해 특정후보는 긍정적이고 역동적으로 비치게 하는 반면 상대후보는 수동적이고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객관적 잣대없이 이 후보는 온건한 보수주의자로, 노 후보는 과격한 진보주의자로 규정한 조선일보의 ‘이회창 노무현 이것이 다르다’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사설에서도 양비론을 가장한 편파적인 태도가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일부 언론의 편파 보도에 대해서는 주요 언론사의 현직 정치부장들도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미디어 오늘’ 조사에 따르면 12개사 정치부장 가운데 10명이 일부 언론이 사실검증을 위한 노력도 없이 국정원 도청 의혹을 일방적으로 확대 보도하는 등 특정후보나 정당에대해 편파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의 대선보도를 모니터하고 있는 ‘2002 대선미디어공정선거국민연대'도 최근 보고서에서 “조선, 동아, SBS가 가장 노골적인 특정후보 편들기 보도를 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우리는 일부 언론의 편들기 보도를 당장 중지하고 언론 본연의 공정한 보도 자세로 돌아갈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더구나 지금 각 후보들도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선거운동보다는 공약경쟁 등 정책 대결에 치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언론의 조속한 공정성 회복을 기다린다. 이와 함께 우리는 선거운동 막판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지역감정 부추기기 보도가 재연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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