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합동토론을 원한다

[법정선거운동 전 합동토론에 대한 기자협회 입장]

합동토론은 정책선거, 미디어선거의 핵심이다

기자협회, 언론노조, PD연합회 3단체가 TV토론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66%의 유권자가 후보 결정에 도움이 되는 토론 방식과 관련, 합동토론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실은 국민들의 이런 기대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각 방송사의 합동토론이 계속해서 무산되고 있다.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등 시민단체의 합동토론도 성사되지 않았으며, 기자협회의 합동토론도 결국 좌초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후보자들의 개별토론회가 진행되고 있으나 국민들의 관심은 이미 떠나있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는데 대해 국민들은 식상해 하고 있고, 여기에 패널들의 공정성 시비까지 겹치면서 개별토론의 시청률은 바닥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합동토론은 돈과 군중동원의 전근대적 선거운동을 정책대결로 바꾸는 핵심이다. 패거리 정치와 돈 선거의 폐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이 결국 정책대결과 정치개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였다. 그 역사적 당위와 국민적 바람이 일부 대선 후보의 정략적 득실 계산에 의해 좌초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태로라면 법정 선거운동 기간 중 의무적으로 갖게돼 있는 3회 정도의 합동토론이 국민들이 후보자들을 한 자리에서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다. 국민들에게 후보자를 상호 비교할 수 있는 기회는 줄여놓고, 일방 통행의 개별토론만 고집하는 일부 대선 후보의 태도는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으로서 결코 당당한 모습이 아니다. 우리는 후보자들의 이런 태도를 국민의 알권리와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회창 정몽준 후보는 합동토론에 응해야 한다

우리는 먼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결단을 촉구한다. 제1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들의 바람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선거 운동 기간중의 3차례 토론으로 충분히 검증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 후보가 판단할 몫이 아니다. 이 후보의 몫은 최선을 다해 국민적 검증 작업에 응하는 것이다. 법정선거 운동 기간중의 토론으로 충분하다면 지금 이 후보가 나서고 있는 개별토론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합동토론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나 기자협회, 방송사의 합동토론 시도는억지나 과욕이 아니라 개별토론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갈증 때문임을 이 후보는 직시해야 한다.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의 태도도 실망스럽다. 정 후보는 당초 자신의 정책과 소신을 알릴 수 있는 자리라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참석하겠다며 합동토론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 정 후보가 최근 유력후보가 참석하지 않는 토론회는 의미가 없다며 불참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다른 후보와의 관계가 먼저라는 정 후보의 주장과 논리를 우리는 수용할 수 없다. 백보를 양보해서 다른 후보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이회창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와의 비교 검증을 의미없는 것으로 평가절하 하는 것 또한 동의할 수 없다. 국민들은 정 후보와 노무현 후보, 정 후보와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민주노동당과의 차이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력후보의 참석이 문제라면 그것을 보다 강력하게 촉구하거나, 그 후보가 빠진 상태라도 합동토론에 응함으로써 유력후보에 또 다른 압박을 행사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언론도 책임이 있다

기자협회는 미디어선거의 핵심이자, 선거를 정책대결로 유도하는데 있어 합동토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지역감정 조장, 이합집산의 패거리 정치, 흠집내기와 음해성 공격이 선거운동의 전부인 지금의 상황에서 합동토론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언론사 또한 합동토론 문제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그것의 성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근 잇달은 합동토론의 무산에 대해 언론사들은 별다른 입장 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97년 ‘1인 회견식’ 개별토론의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했고, 또 스스로 합동토론을 개최하기도 했던 신문사들도 ‘준비중’ ‘무산’ 등의 사실만 단신기사로 처리할 뿐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은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소극적 태도로는 미디어선거의 정착이나 정책 대결 중심의 선거가 이루어 질 수 없다. 후보자들의 치열한 논리 싸움을 지켜 보면서, ‘한 표의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바람에 언론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02년 11월 13일 한국기자협회 기자협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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